“출협 이권 카르텔 추적” vs “정부, 출판계 길들이기”
문체부 “서울도서전 수익금 누락 의혹”
윤철호 출협 회장 등 경찰에 수사 의뢰
출판진흥원장 경영평가 D 받자 사직
출판계 “文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 탄압”
도서나눔 등 예산 삭감하자 집단 반발
정부 “예산 논의 중… 전체적 삭감 아냐”
“예산 삭감 주장은 일방적이며, 사실과 다르다. (출협) 수사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방탄 집회로 의심된다.”(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출판계와 정부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계를 대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윤철호 회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출판계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의 출판정책을 규탄하는 집회와 성명을 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6월 국고보조금이 지원된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후 박 장관이 출협에서 도서전의 수익금을 누락했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은 이를 묵인하는 등의 이권 카르텔이 있는지 추적하겠다고 하면서 격화했다.
출협 측은 “회원사들이 쓰는 계좌에 맞춰 6개 은행 계좌가 있었는데 문체부 요구로 지난해부터 하나로 통일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2022년 이전 (6개 계좌의) 거래내역까지 모두 제출하라고 해서 도서전과 관련 없는 내역을 블라인드 처리했다가 다시 원본을 달라 해서 원본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언론에 마치 윤 회장이나 주일우 대표가 뒷돈이라도 받은 것처럼 수사 의뢰를 했는데, 윤 회장은 지난 7년간 20억원을 협회에 기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문체부는 “이미 2021년 출판진흥원 노조가 도서전의 수익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조사가 진행됐다. 도서전 내역까지 블라인드 처리해 제출하는 등 그 사유와 배경이 의심된다”며 “윤 회장이 주도하는 도서전을 둘러싼 회계 논란은 출판계의 만성적인 개탄과 의심의 대상이었다”고 반박했다.
김준희 전 출판진흥원장은 지난 6월 문체부가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D등급)을 받자 7월 중순 사표를 제출했다. 출판업계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장도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고 있으며 “모두 지난 정권 시기 임명된 인사들”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 대형 출판사 대표는 “김 전 원장은 출판계 경험이 많은 전문 경영인이어서 출판인들의 기대가 컸는데, 자리도 잡기 전에 (문체부) 압력 때문에 그만둔 것”이라며 “‘출판계 길들이기’로 보인다.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출판산업 쇠퇴에도 지원 예산 감축
출판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출판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 예산마저 삭감 또는 전면 중단되는 것이다.
지난 5월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종도서사업의 부실 운영 등을 문제 삼으며 구조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 출판지원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84억원 예산을 지원하는 세종도서사업은 교양부문(550종)·학술부문(400종) 양서를 선정해 전국 도서관 등에 공급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심사위원 자격과 심사기준 등이 불투명하다며 올해 선정 작업을 미루다가 출판계가 반발하자 집행했다.
출판계는 문체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세종사업, 서울국제도서전 등 각종 출판지원사업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을 “지원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출판 관련 정부의 지원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다.
세종도서예산은 2018년 87억원에서 2023년 84.5억원으로, ‘우수학술도서’ 예산은 같은 기간 36억원에서 24억원으로, 인문사회과학자 학술도서 저술 지원예산은 50억원에서 19억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해 도서관·지역문학관·사회복지시설 등에 보급하는 ‘문학나눔사업’ 예산은 2018년 55억원에서 올해 56억원으로 늘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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