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안전 홍보영상 1640만 클릭 가능? 정부 답변은
"출연자가 BTS냐" "SNS상 조회수 증가 홍보 기법 동원했나" "일본위해 우리 예산써"
문체부 "조회수 요청 의뢰한적 없어, 시청층 99.99% 대한민국"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일본이 결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한국 정부가 혈세를 들여 제작한 이 오염수의 안전 홍보 유튜브 영상이 두달도 안 돼 1640만회을 상회하는 조회수를 기록해 논란이다.
BTS나 블랙핑크급도 안되는 정부 영상으로 이 정도의 조회수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나왔다. 비정상적 홍보기법이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자 정부는 유튜브에 조회수를 인위적으로 올려달라는 요청을 의뢰한 적이 없고, 시청자의 99.99%가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7일부터 '대한민국정부' 유튜브 계정에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박보경 아나운서의 진행과 내레이션으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강건욱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각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4분25초짜리 영상이다. 정부는 이 영상을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에 광고비도 집행했다. 이 유튜브를 포함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등에 모두 10억원을 썼다.
문제는 이 영상의 조회수가 24일 오후 7시 현재 1643만회를 상회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영상을 보면, 박보경 아나운서는 “삼중수소는 토양이나 채소는 물론 공기에도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로 먹어도 기준치 이하면 인체에 별 영향이 없다”며 “일본은 오염수를 해수와 섞어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 아래로 확 떨어뜨린후 태평양으로 방류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는 안하셔도 된다”고 했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사고후 12년이 지났는데 우리 바다에 의미 있는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박 아나운서는 “오염수에 노출된 수산물이 먹이사슬일 따라 방사능이 축적돼 태평양 생태계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일부 주장은 괴담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고 해 일본 정부와 정부가 하고 있는 일방적인 안전 홍보 주장만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동영상을 우리 정부에서 우리 돈을 들여 가지고 배포했는데, '일본의 대변인이냐. 용산 대통령실이 일본 총리의 총리 공관에 출장소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그것은 좀 과한 표현”이라며 “제가 영상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국민 3분의 1 가까이가 봤다는 건데, 박 장관 조차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자칫 잘못하면 오해의 소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산 집행하고 있는 곳에 대한 고민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 조회수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게 가짜뉴스다”라며 “아니, 자기들이 BTS냐, 블랙핑크냐. 어떻게 1600만. 아니, 속이려고 해도 적당히 (해야지). 16만 이 정도 하면 속아주는데 1600만 하면 대통령실이 무슨 BTS, 블랙핑크급이냐”고 반문했다.
'이슈가 너무 핫하니까 국민들이 관심이 있어서 보실 수 있다고 있는 거 아니냐'는 박재홍 아나운서의 반론에 진 교수는 “속을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그게”라고 답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문체부에서 홍보예산 10억을 쓴 것을 들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소장은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나라별 접속 현황을 확인해 보시면 한국어를 쓰지 않는 특정 나라 몇 군데에서 이상적으로 많은 조회수가 확인이 될 것”이라며 “SNS에서 조회수 높이는 기법을 동원한 사람들이 이 영상을 건드렸을 확률이 아주 높다. 그 10억을 받고 유튜브에서 광고를 하기도 하는데 조회수만 맞추려고 무차별적으로 뽑았으면 외국 사람들이 많이 봤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1600만회가 되려면 대한민국 사람들 중의 4명 중의 1명은 봤다는 소리 아니냐”며 “저는 저 영상 처음 봤다. 분명히 분명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진중권 교수는 “썸네일(영상 제목이 담긴 이미지) 떠도 저걸 누가 클릭을 해”라며 “1000명 정도가 궁금해 하더라. (대한민국 정부의) 다른 영상들 보니까 대개 조회수가 1000명대”라고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판승부 덕분에 조회수가 한참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고, 박재홍 아나운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진실 궁금하셔서 많이 보실 수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의심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조회수 조작 의심은 사실무근이며 정상적인 광고 의뢰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광고문제를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회수 증대를 위한 인위적인 홍보기법을 동원하도록 요청했느냐는 질의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고계약시 조회수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했느냐'는 질의에 “조회수 조작 의뢰했느냐는 건데, 사실무근”이라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광고의뢰를 했다”고 답했다.
시청자층 가운데 해외에 다수가 잡힐 것이라는 김성회 소장의 의문이 맞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유튜브 데이터로 확인해보니 대한민국이 거의 100%로 나온다. 99.99%가 대한민국 시청으로 집계되고, 해외 시청이 800회 정도로 잡힌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류의 정부 홍보영상이 두달만에 1640만회가 됐다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일반론적으로 보면, 광고비도 있지만, 광고 소재의 관심사나 주목도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내용을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홍보물을 제작 광고한 이유를 두고 “이것이 우리 어민과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바다와 수산물 안전성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 광고홍보의 목적이자 취지”라며 “일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회수 폭등 배경에 대한 의심을 두고 “조회수를 인위적으로 올렸다든가 했다면 모르나 전혀 그런 게 없다”며 “그런 것은 근거없는 의혹일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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