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듣고 "사랑해요"..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 범죄'

◀앵커▶

보험 광고 전화를 걸어온 상담원에게 사랑한다며 지속적으로 괴롭힌 남성에게 스토킹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특히 전화를 받지 않아도 연락을 계속하는 '부재중 전화' 역시 스토킹 범죄라고 본 건데요, 

자신의 호감을 표현했다 할지라도 상대가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면 잘못이 크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정자형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수에 사는 한 40대 남성에게 어느날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무심코 끊어버리기 십상인 광고 전화지만 남성은 20대 여성 상담원과 통화를 이어갔습니다. 

다음날부터 해당 상담원은 남성에게 난데없는 고백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해요", "사귀어요", 이른 아침부터 수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낸 남성,

이어진 통화에서는 "저희집으로 오실래요" 등 그 내용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했습니다. 

상담원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자 연락이 잦아든 것도 잠시, 곧바로 전화공세는 계속됐고 6개월간 11차례에 걸쳐 연락은 이어졌습니다. 

남성의 일방적인 고백이 '스토킹 범죄' 아니냐며 수사기관에 피해를 호소한 상담원, 

결국 남성은 법정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일방적인 고백으로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려는 것 역시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10여 차례 연락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부재중 전화'였지만 이것 역시 범죄라고 봤습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거는 행위만으로 공포심을 줄 수 있어 스토킹에 해당한다는 게 최근 대법원 판례입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물리적 행위가 없다고 할지라도 전화를 통해서 지속적, 반복적 행위를 하였다면 스토킹이라고 보고 처벌될 수있다라는 것이 확립된 경우입니다."

지방법원 등 하급심 판단의 새로운 기준이 된 대법원 판례,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보다 폭넓은 보호의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김관중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