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드론방제약 사고 “이유 있었네”
“화학화상 등 사실상 인재” 지적... 市 “피해자 등 만나 대책 논의”
김포지역 벼 무인항공방제 과정에서 약제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면서 논란(경기일보 22일자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사실상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포시와 제조사가 해당 약제 선정 및 심사, 사고 전·후 대처 등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김포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28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발주한 ‘2023년 벼 병해충 친환경 항공방제 약제 구입’ 입찰에서 낙찰 받은 A납품업체와 지난달 21일 10억1천827만9천220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안정적인 김포금쌀 생산을 목적으로 ▲충해관리용 ▲균해관리용 ▲작물생육용 등 모두 9종의 약제 1만4천929병을 투입, 공동 항공방제(헬기·드론)를 실시하기 위함이다.
여기엔 충해관리용으로 분류되는 문제의 1.5ℓ짜리 B약제 2천463병도 포함됐다. B약제는 지난 2019년 6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업자재(충해관리용)로 처음 공시됐다. 먹노린재와 흑다리긴노린재 방제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항공방제 시엔 유일하게 사과에만 사용 가능하고, 벼에 사용할 경우엔 경엽처리(엽면살포) 방식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선 2019년 5월 제조사가 벼 항공방제를 위한 시험분석을 실시하긴 했으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공시하진 못했다.
이를 두고 친환경농산물 안정성 시험분석기관 관계자는 “공시되지 않은 약제를 항공방제할 경우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사용에 앞서 시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B약제엔 ‘처음 사용 시 또는 타 약제와 혼용할 경우 약효 및 약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반드시 소량 테스트 후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B약제를 처음 사용하는 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 발생지인 하성면은 B약제와 또 다른 약제 2개를 혼합한 물질로 항공방제한 곳이다.
이에 대해 시는 제조사가 항공방제 전인 올해 6월 하성면에 살포된 B약제 등 3가지 약제 혼합 물질의 위해성 여부를 시험분석기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자체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시간·예산 문제로 진행할 수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드론방제업체 관계자는 “한번도 농업기술센터나 약제 제조사 등의 주의사항을 별도로 공문으로 받거나 현장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보호장비 착용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주의사항 등도 없었다”며 “이번 화상과 중독사고를 일으킨 약제는 친환경자재 업계와 농민들로부터 어류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는 지적을 들었고 실제 이번 이 약제 살포후 하천 등에서 많은 메기들이 폐사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B약제 제조사 관계자는 “방제에 앞서 안전장비 전달과 주의사항 사전설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드론방제가 예정 보다 앞당겨져 방제를 실시해 미리 전달할 수 없었다”며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항공방제 시험분석서를 사전에 시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일각에선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시의 ‘미흡한 행정’도 지목하고 있다. 약제 선정이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농업인들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재 시는 각 읍·면·동의 수요에 따라 약제를 구입·보급하고 있는데, 이때 각 읍·면·동의 수요는 농업인 대표(농촌지도자회장, 농업경영인회장, 이장단협의회장 등)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이번 사고가 사실상 인재 아니냐는 의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시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보고라인에 알린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나면서 책임 회피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시는 각 읍·면·동 약제선정 심의에 농업인 상담소장을 배석시킨 후 약제 설명과 문의사항 답변 등의 과정을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25일 피해자 등을 만나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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