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86) 대구 동촌유원지
1971년 대구 동촌유원지를 찍은 사진이 지금 모습이라면 ‘영업허가’가 나올까?
대구의 자연풍광을 품고 있는 팔공산이 보이고 금호강이 유유히 흐르는 동촌유원지는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식처다. 나룻배는 사람이 양팔로 노를 저어야 갈 수 있다. 직업이 뱃사공이 아닌 이상, 초보자가 배의 방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1971년 사진을 보면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았다. 2인 탑승 정원을 초과한 나룻배는 당연히 지붕도 없다. 느닷없는 소나기에 당황해서 탑승객이 일어서는 순간, 배는 기울면서 뒤집힌다. 전복사고에 대비한 튜브와 구조요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오로지 자신의 수영실력만으로 물에서 나오지 못하면 신문기사, 사망자 명단에 오를 확률이 높다.
1971년 사진의 출렁다리에는 난간, 펜스가 없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빈병이나 돌멩이를 투척하면 나룻배 탑승자들이 맞을 수 있고,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도 용이한 곳이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1971년 대구 동촌유원지는 목숨을 담보로 한 놀이동산인 셈이다. 낡은 나룻배의 삐거덕거리는 소리는 공포영화 효과음이다. 영업정지다.
그렇다면 동일 위치에서 2023년 촬영한 동촌유원지 사진은 어떤가. 목재로 제작된 나룻배 대신 내구성이 우수한 오리배가 금호강을 떠다니고 있다. 자동차처럼 핸들이 부착돼 있어 어린이도 쉽게 두둥실 배를 몰 수 있다. 후진도 어렵지 않다. 오리배를 감싼 지붕이 햇빛뿐만 아니라 비도 막아준다. 구명조끼 미착용 시 승선할 수 없고 안전요원도 배치되어 있다. 예전의 출렁다리는 철거되었고 해맞이 다리가 2011년에 세워졌다. 이 다리는 바닥에 투명한 방탄유리가 설치되어 금호강을 아찔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다. 반세기 전후 두 장의 사진을 동시에 보면 ‘청기 올려! 백기 올려!’ 게임처럼 “위험” “안전” 단어가 확연히 떠오른다.
그런데 이처럼 세련된 한국 사회에서 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가?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이 발생한 후, 국회에서 재난안전법이 수립됐고 재난에 대비한 정부의 매뉴얼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돈 몇 푼이 아까워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로 나 몰라라 한다. 인재(人災)라 불리는 재해를 철저히 진상규명하기는커녕, 축소, 은폐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나라에서 일상생활도 끔찍한 공포 체험이다. 사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정부에 국민들의 분노가 사회를 삐걱거리게 하고 있다. 야만적인 국정운영은 또 다른 대형 참사의 예고편이다. 나라영업 중지해야 한다.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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