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미국의 강아지”···후쿠시마 원전피해 소송 단장, 일 정부 독재 행보 비판
“오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된 것은 일본 정부가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독재 정권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주민 3824명과 함께 원전 피해 소송을 이끌었던 나카지마 다카시 소송 단장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24일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카지마 단장은 후쿠시마현 소마에서 40년 동안 생선 등 다양한 식료품을 파는 ‘나카지마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수산업 관련 종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현지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가격이 현저히 낮게 책정돼 있는데 오염수 방류 이후에는 더 헐값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 21일 일본 전체 어민을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 등을 만났을 때 ‘몇 십 년이 걸려도 책임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방류하겠다’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면서 “전어련이 끝까지 반대 입장을 전달했는데, 바로 다음날 방류를 발표한 것은 말도 안 된다. 총리의 목을 쳐야 한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나카지마 단장은 “기시다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의 동의를 얻고 밀어부친게 아닐까 추정된다”며 “사실상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미국의 강아지’와 같은 모양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도 윤석열 정부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말라’ 시민회의가 오염수 방류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지만, 나카지마 단장은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1년 지진 당시 길이 끊기고 정부 지원도 더뎌지자 자신의 가게에 있는 식료품을 나눠주며 주민들을 도왔는데, 이때 그에게 의지했던 주민들로부터 소송을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가 3824명의 주민들과 함께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2017년 10월 후쿠시마 지방법원에서 승소하며 전국적 관심을 받았으나, 지난 6월 대법원에서 결국 패소했다. 나카지마 단장은 “법조차 약한 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나카지마 단장은 주민 1000여명과 함께 다시 도쿄전력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민주주의적 단계를 모두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을 강행한 기시다 정부는 ‘소프트’한 독재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방관하면 ‘하드’한 독재로 나갈 것이다. 독재의 씨앗이 처음부터 싹트지 못하도록 뭐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기기 힘든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카지마 단장은 “지금 침묵한다면 나 자신은 물론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나라에 부끄러운 일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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