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인과응보는 없어진 것일까
춘추전국시대 전설적 도둑으로 알려진 '도척'은 시쳇말로 하면 전국구 조폭 두목입니다.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이 날 만큼 잔혹했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처벌받기는커녕 호의호식하며 천수를 누렸죠.
오죽하면 역사가 사마천이 "도척은 천하의 악인이었지만 평생 잘 먹고 잘살다 집에서 편안히 죽었고, 그 누구보다 선했던 백이와 숙제는 굶어 죽었다. 하늘의 도리는 도대체 뭐냐"고 탄식을 했을까요.
국민 상당수가 우리 사회를 '정직하지 않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잘사는 사회'라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18세 이상 남녀 천 명에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정직한 사회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10명 중 7명꼴인 69.9%가 '정직하지 않다'고 답한 겁니다. '정직하다'고 한 이들은 25.5%밖에 안 됐죠. '거짓말하는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란 질문엔 52.7%가 '잘 살 것이다'라고 했고요.
이런 사회적 불신이 자기 삶에 대한 불만족과 행복감 저하와도 연결되는 걸까요. 평소 어느 정도 행복하냐는 물음엔 38.9%만 '행복하다'고 답했고, 이보다 많은 44.6%는 '보통', 15%는 '불행하다'고 했거든요.
착하게 살아 보려는데 손해를 보고, 되레 반칙왕이 더 잘나가는 세상이라면, 당연히 선량한 국민은 우울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겠죠.
요즘 인기 있는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에선 이승과 저승을 오가고, 공권력보다는 개인의 힘을 빌려 악한 자를 벌하는 스토리들이 넘쳐납니다.
왜일까요. 현실 세계의 법 제도와 처벌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인과응보가 이뤄지지 않으니, 저렇게 환상 속에서라도 그런 세상을 꿈꿔보려는 것 아닐까요.
행복은 자기 마음가짐에 달린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정직한 사람이 잘 산다는 얘기는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얘기가 되고, '정직하게 살다 간 나만 바보' 되는 현실이 계속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바르게 살 마음이 생길까요.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죠. 그럼, 피해자의 인권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법을, 사법부를 바라보게 해 주십시오. 가해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인과응보는 없어진 것일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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