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도 안전 못 믿는데…'후쿠시마 부흥' 열 올리는 일본 정부

한민용 기자 2023. 8.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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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전이 있는 마을은 현재 어떤 모습이고, 오늘 결국 실행된 오염수 방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제가 오늘 새벽부터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원전과 가장 가까운 마을, 후타바를 취재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보고 들은 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말을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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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을 향해 달리다 보면, 후타바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바로 '그 원전'이 있는 마을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원전과 3.5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저 같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입니다.

여기서부턴 '귀환 곤란 구역', 그러니까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는 구역입니다.

반대로 여기서부턴 사람이 살아도 되는 건데, 사람이 살아도 되는 마을은 어떤 모습인지 둘러보겠습니다.

도로에도, 지하철 역사 안에도, 마을 곳곳에 방사능 수치를 알리는 전광판이 있습니다.

전광판 속 수치는 모두 안전기준치 이하 '이 정도면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마을 곳곳은 여전히 텅 비어있습니다.

주인을 잃은 빈집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창문 곳곳이 깨져있는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당엔 풀이 이렇게 사람 허리까지 자라있는데요.

뜯겨져 나간 방충망 사이로 보면 전에 살던 사람들이 두고 간 인형과 책, 쇼파가 엉망이 된 모습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병원엔 여전히 청테이프가 덕지 덕지 붙어있고, 아이들이 뛰놀았을 학교도 12년 전에 멈춰 있습니다.

대기중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정부가, 떠난 주민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새 집까지 지어줬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전광판 속 숫자만으론 잡을 수 없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시가 씨는 지난해 돌아왔지만, 다른 이웃들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시가/일본 후쿠시마 주민 : 마을로 돌아온 주민은 60명 정도 됩니다. {거의 돌아오지 않은 거죠?} 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집요한 홍보가 자국 어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끝내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것과 판박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이른바 '후쿠시마 부흥'의 신호탄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첫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낸 오늘도, '후쿠시마 부흥 기념 공원'을 짓기 위해 원전 사고로 오염된 흙을 옮겼습니다.

그럼 이런 정부의 구상에 대해 주민들은 정작 뭐라고 할까요.

[안자이/일본 후쿠시마 주민 : 돌아오고 싶어도 못 돌아옵니다. 모든 곳이 오염돼 버렸으니까요.]

[시가/일본 후쿠시마 주민 : 어민들뿐 아니라 저도 (방류에) 반대합니다. 정부는 방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정말 그 방법밖에 없는지 의심이 됩니다.]

역시나 큰 호응은 없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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