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주면 공사 못 해” 수억 갈취 일당 구속

[KBS 부산] [앵커]

길을 지나려면 돈을 내라, 내가 지정하는 업체를 안 쓰면 공사를 못 하게 하겠다.

이런 요구를 하며 항만 주변에서 공사하는 업체들로부터 수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정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두에 배를 대려는 바지선을 작은 어선이 가로막습니다.

바다에서 퍼낸 준설토를 지정된 투기장에 내려야 하는데 인근 어민들이 이를 막고 있는 겁니다.

건설장비업체를 운영하는 40대 A 씨와 인근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항만 공사 현장을 찾아서는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았습니다.

공사로 피해를 보니 마을 발전기금을 내놓으라거나 지정한 장비업체를 사용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였습니다.

갖은 민원을 넣거나 트집 잡는 탓에 8개 업체가 이들에게 준 돈은 확인된 것만 4억 7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피해 업체 관계자 : "해경에 신고를 하지 않습니까. 해상 장비들은 (대당) 한 달 임대료만 1억 8천씩 갑니다. 그러면 쉽게 말해서 일주일만 세워놔도요, 몇억이 그냥 날아갑니다. 그러니까 주는 거예요."]

심지어 기존 하도급 업체와 맺은 계약을 깨고 더 비싼 자기 업체와 계약하라고까지 강요했습니다.

이곳은 이 준설토 투기장에서 유일하게 배를 접안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여기에 배를 대지 못하며 실어온 흙을 내릴 수 없어 다른 작업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일당은 이 점을 노렸습니다.

수사에 나선 해경은 A 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마을주민 3명을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김성욱/남해해경청 광역수사대장 : "많게는 하루에 1,200만 원 상당의 지체상금(배상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업체 입장에서는 피의자들이 공사를 방해하고 그게 하루 이틀 지나면 그 금액도, 지체상금(배상금)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기 때문에…."]

해경은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비슷한 피해에 대한 제보를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

정민규 기자 (hi@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