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한은, 성장률·기준금리 모두 ‘현상 유지’

윤주영 2023. 8. 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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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다.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돈줄을 더 죄는 것도 난감하다.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금통위 지적대로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추가 인상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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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 5연속 동결
고물가·고환율·가계부채에도
1.4% 저성장 전망에 인상 난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다.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돈줄을 더 죄는 것도 난감하다.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8월 이후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 통화정책 및 경기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난감한 한은, '금리 진퇴양난'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금통위 지적대로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추가 인상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①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불안이 여전하다. 주요 산유국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오름세, 기후 위기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7월 생산자물가는 네 달 만에 0.3% 반등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게다가 한은은 이날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예상보다 크다"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을 3.3%에서 3.4%로 올려 잡았다.

1,2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②환율도 한 달 만에 1,340원대까지 올라서며 요동치고 있다. 주요국 긴축 기조가 오래갈 것이라는 관측에 달러 가치가 재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강도 긴축에도 고용과 소비 여건이 탄탄하고, 유럽과 영국은 물가 상승률이 5~6%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부동산발 경기 침체 우려에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원화도 동반 하락 중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③고금리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기현상도 문제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까지 네 달 연속 증가했고, 지난달엔 22개월 만에 가장 큰 6조 원이나 늘어났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폭이 크고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커 귀환' GDP 0.06%P 상승 기대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 변화.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럼에도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는 이유는 올해 1.4% 저성장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낮다. 한은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어려워졌다"며 내년 성장률은 2.2%로 0.1%포인트 낮췄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수출 빈자리를 채우던 민간 소비 동력마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날 한은은 하반기 민간 소비 전망을 1.4%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추지 않은 것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한은은 유커 덕분에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06%포인트 상승, 다른 하방 요인들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 한은은 우리나라와 소비 인프라가 비슷한 싱가포르 사례를 토대로 하반기 중국인 입국자를 22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더 크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부진이 심화해 내수까지 위축되는 최악의 경우, 중국인 방한객 수와 대중 수출이 예상을 밑돌면서 올해 성장률이 1.2%까지 떨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안개들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인 10월에야 걷힐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중국 변수도 명확해질 것"이라며 "전망은 그때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으로 유예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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