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건물에 7억 들여 도시재생사업…20개월째 방치

조성우 기자 2023. 8. 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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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가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며 무허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가 장기간 방치해 부산시 감사에서 기관경고를 받았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6월 실시한 감사 결과 서구가 무허가 건물을 매입해 '아미초장도시재생프로젝트사업'을 추진하면서 합법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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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아미동 피란민 돌집…구, 5채 매입해 북카페 등 추진

- 의회 승인 못 받아 ‘개점휴업’
- 市 감사서 기관경고 조치 받아

부산 서구가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며 무허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가 장기간 방치해 부산시 감사에서 기관경고를 받았다. 혈세 7억6000만 원을 들인 건물을 2년 가까이 공실로 방치해 예산낭비라는 지적은 물론, 기초지자체가 불법 건축물을 사들여 공적 용도로 사용하려고 한 취지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24일 부산 서구청이 아미동에 예산 7억 60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무허가 건물이 쓰이지 못하고 방치됐다. 이원준 기자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6월 실시한 감사 결과 서구가 무허가 건물을 매입해 ‘아미초장도시재생프로젝트사업’을 추진하면서 합법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구가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은 무허가 건물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서구의회의 ‘민간 위탁 동의안 승인’을 받지 못해 2021년 12월 이후 1년 8개월 동안 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서구는 2016년부터 아미초장도시재생프로젝트사업을 추진했다. 아미동 돌집은 1950년대 이곳에 정착한 피란민이 집 지을 자재가 부족해 흙과 돌로 외벽을 만든 곳으로, 피란 시절의 역사가 묻어있는 장소다. 서구는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아미로 돌집 등을 개조해 추모 공간 등 명소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으로 2017년 돌집 1채, 2019년 주택 4채를 매입한 뒤 2020년 리모델링을 마쳤다. 주택 4채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2채씩 합쳐져 총 3채의 건물이 조성됐다. 당시 구는 추모 공간 외 근린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복고풍의 북 카페와 음식점도 염두에 뒀다. 전체 예산은 돌집 1채에 4억3278만 원, 근린 상점 2채에 3억2765만 원 등 총 7억6043만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리모델링 후 건물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활용된 적은 없다. 2021년 3~12월 부산문화재단의 ‘원도심 빈집활용 청년마을 놀이터 사업’에 무상으로 시설을 제공했을 뿐, 서구가 애초 계획한 공간으로는 사용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무허가 건물에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설을 쓸 수 없게 돼 결국 7억6000만 원의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주민 임모(여·62) 씨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년 정도 됐는데 여태 빈 건물이다”며 “리모델링까지 한 건물이 빈 집으로 방치돼 있으니 보기에도 안 좋고, 세금도 아깝다”고 말했다.

서구는 무허가 건물인 점을 알았지만 완제품 판매나 전시 등의 업종은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어 사업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구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자, 다시 주민공동 이용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서구 관계자는 “리모델링 후 주민공동체와 협약을 통해 관리를 위임하려 했지만 수익 창출과 운영 비용 부담 등의 문제로 협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구는 구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홍보관 등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최근 원도심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피란민과 한국 전쟁 등 역사성을 담은 홍보관 조성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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