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상, 한·미·일 정상회담 비난···“거대한 러시아·중국 포위환”

박광연 기자 2023. 8. 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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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지난달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24일 “또다시 반로씨야(러시아)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였다”며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비난했다. 남한과 일본을 미국의 “일선 총알받이들”로 깎아내리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했다. 이날 군사정찰위성 재발사에 실패한 상황에서 강 국방상이 한·미·일을 겨냥한 위협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 국방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진행된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수뇌자 회의라는 데서 우크라이나 복원을 위한 3국 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모의판이 벌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국방상은 남한을 또다시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며 ‘국가 대 국가’의 시각을 드러냈다.

북한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핵전쟁 도발을 구체화, 계획화, 공식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강 국방상은 “바이든은 회의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로씨야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태가 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떠들어댔다”고 밝혔다.

강 국방상은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의 하수인들까지 끌어들여 사그라져가는 대우크라이나 지원 분위기를 고취하고 저들의 정치적 패배를 만회해보려는 바이든 패거리의 단말마적 발악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라고 비난했다.

강 국방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강화된 한·미·일 안보협력을 맹비난했다. 그는 “일선 총알받이들인 일본과 ‘대한민국’ 것들의 수족을 ‘아시아판 나토’에 단단히 얽어매놓고 하나의 거대한 반로씨야, 반중국 포위환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흉책은 이번 쑥덕공론을 통해 그 진모가 다시 한번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강 국방상은 “이 기회에 로씨야 국방상의 우리나라 방문을 계기로 ‘조로(북·러) 무기거래설’을 또다시 떠올리면서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느니, 조선(북한)이 로씨야의 잔인한 침략 전쟁을 지원한다느니 하는 나발을 불어대고 있는 미국에 다시 한번 우리의 명백한 입장을 밝힌다”며 F-16 전투기 등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난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지난달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기념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강 국방상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 등을 러시아에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강 국방상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로씨야 인민의 정의의 위업에 다시 한번 전적인 지지와 연대성을 보낸다”며 “공동의 원쑤를 반대하는 정의의 싸움에서 로씨야와의 전투적 우의와 단결을 백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와의 정치·군사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강 국방상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들의 협력과 교류가 미국 주도의 일극 세계 질서를 말끔히 분쇄해버리는 데서 또 어떤 강력한 힘의 실체를 낳게 될지 몰라 불안 초조해하는 적들의 작태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상대한 적수들을 보다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는 방향과 방도가 무엇인지 재삼 확인하게 되였다”고 밝혔다.

강 국방상은 그러면서 “미국과 그 졸개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 누구의 위협에 대처한 ‘공동의 대응력’에 대해 제아무리 떠들어대도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압도적이며 선제적인 무력 대응을 결단코 실행해나갈 우리의 의지와 결심은 억척 불변”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겨냥한 군사적 대응을 암시했다.

강 국방상 담화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재발사가 실패한 이날 발표됐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맞대응 역량을 선보이려 할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돼왔다. 재발사가 실패한 상황에서 강 국방상이 ‘말 폭탄’으로 한·미·일에 위협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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