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이 알려주는 한국판 나사의 설립 목적 [임명신의 7차원 우주이야기]

2023. 8.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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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퀘이사와 블랙홀 등 온갖 천체를 품은 '우주'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우주에 대한 탐구 작업과 그것이 밝혀낸 우주의 모습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나사(NASA)와 함께 공동개발 중에 있는 스피어엑스(SPHEREx) 우주망원경. 우리나라도 몇 년 후에는 스피어엑스와 같이 뛰어난 우주망원경으로 우주의 비밀을 캐는 일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나사
우주항공청 설치 본격화 반가워
기술 개발ㆍ산업 육성도 좋지만
탐사를 통한 지식 확장이 더 중요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2025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억여 개 은하와 우리 은하 내부의 1억여 개 천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본격 활동에 나서 성과물을 보내줄 시기이기 때문이다. 스피어엑스는 훨씬 넓어진 관측범위와 파장 범위, 더 강력해진 해상도를 자랑하는데, 그 핵심은 영상분광기술에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지금까지 몇 안 되는 색상으로 관측했던 우주를 102가지 색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이 계획을 주도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영화의 역사가 흑백 영화에서 컬러 영화로 전환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아직 발사도 이뤄지지 않은 우주망원경을 언급한 것은 스피어엑스의 개발에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이 스피어엑스를 공동 개발 중인데, 우주환경시험과 선형분광필터 분야 등에서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서 많이 늦었지만 우리도 우주 시대에 들어섰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점검할 게 있다. 우주 시대를 이끌어갈 국가 조직의 운영철학과 운영방법에 관한 것인데, 우주 선진국의 비슷한 조직을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우주 기구라면, 단연 나사다. 나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류를 위해서 (우주를) 탐사하고 발견하고 세상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to explore, discover, and expand knowledge for the benefit of humanity”)이라고 소개한다. 즉 우주 탐사와 연구가 존재 목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수행 중인 주요 임무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데, ‘아르테미스 1’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주노 목성 탐사선‘ ’화성 탐사 로버‘ ’파커 태양 탐사선‘이 그것이다. 우리가 매체에서 한 번쯤 접해본, 우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힘도 느낄 수 있는 그런 미션들 말이다.

그래픽=강준구기자

유럽우주국(ESA)도 ‘우주의 연구와 탐사’를 최우선 목적으로 둔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작사)가 현재 수행하는 주요 미션도 우주 망원경, 달 및 태양계 탐사다. 소행성의 시료를 채취하고 지구로 귀화한 ‘하야부사’ 미션은 작사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들 국가가 우주 개발의 주요한 목적으로 우주의 탐구를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 자체가 과학 발전, 그리고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다. 국민적 공감대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 탐사는 국민에게 꿈을 보여주면서 우주개발 역량을 키워나가는 동력이 되며 또 대외적으로 국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우주 탐사역량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국가에 큰 이득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주도 기관의 핵심 목표는 탐사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도 지난 4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 특별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우주항공청 설립에 나섰다. 언론에 보도된 설립 목적은 “우주항공 관련 기술의 확보, 산업의 진흥 및 우주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및 사업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다른 선진국들의 우주 기구 설립 목적과 달리, 우리는 기술과 산업을 중심으로 한다.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기술 개발이나 산업 육성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말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에서 “달 및 화성 착륙”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밝혔는데, 우주항공청도 그에 걸맞은 목적을 내세우며 국민에게 꿈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요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삭감 때문에 과학계가 어수선하다. 우주 관련 예산을 11.5% 늘리기로 했다지만 우주 관련 출연연구소 예산은 삭감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어 혼란스럽다. 우주항공청만큼은 꿈을 실은 철학 위에 초석을 잘 다지고 출범했으면 한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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