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균용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 위헌 소지”…도입 철회 가능성

김자현 기자 2023. 8.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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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김명수 현 대법원장(64·15기)이 추진해온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판사가 피의자 등을 심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강하게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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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김명수 현 대법원장(64·15기)이 추진해온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판사가 피의자 등을 심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강하게 반대해 왔다.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24일 오전 김 대법원장이 주재한 임기 내 마지막 대법관 회의 안건에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가 철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균용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위헌 소지”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평소 가까운 법조인 등에게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 움직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먼저 국회 입법이 아닌 형사소송규칙 개정만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또 “판사 권한을 늘리는 내용인데, 권한 확대를 향한 개혁은 자칫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또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검찰 및 학계 등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지 대법원 안에서만 ‘짬짜미’ 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법부와 수사기관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합의 절차를 거쳐야 법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6월 1일부터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검경 등 수사기관이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 내부에서도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중심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법원행정처는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한 발 물러섰고 검찰과 법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 사전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으로 한정하는 등 절충안을 마련해 대법관 회의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24일 주재한 마지막 대법관 회의 안건에서 빠지면서 도입 여부는 차기 대법원장 임기로 넘어갔다.

● 이균용 임명 시 철회 가능성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던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제도 도입이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23일 김 대법원장 예방에 앞서 취재진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깊게 생각 안 해봤다”며 선을 그었다.

법원행정처도 압수수색 영장 남발을 제어할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도 본인 임기 때 개정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지 말라는 뜻을 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법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 임명 이후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고 국회 입법으로 공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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