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를 대하는 한·중의 아찔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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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인 친구가 물었다.
복잡한 정치·외교적 사정이 있다고 해도, 국민 건강과 직결된 오염수 방류 문제를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이 찬성하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방류 계획상의 과학·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사실상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찬성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수 국민과 야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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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한국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정말 찬성하는 거야?”
한 중국인 친구가 물었다. “그런 것 같다”고 하자, “왜 그러냐”고 다시 물었다. 간단하게 답하기 힘들었다. 한-미, 한-일 관계 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최근 정책 등을 설명했다. 중국 친구는 좀처럼 납득하지 못했다. 복잡한 정치·외교적 사정이 있다고 해도, 국민 건강과 직결된 오염수 방류 문제를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이 찬성하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국인에게 한국의 정치·사회 문제를 설명하는 게 쉽지 않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특히 어려운 주제다. 정부가 주장하는 과학적인 근거 외에, 미국과 관계를 최우선시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중국 봉쇄의 최일선에 서려 하는 윤석열 정부의 복잡한 외교적 입장을 함께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설명을 미주알고주알 한다고 해서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 친구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것은 이 문제를 대하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태도가 아찔할 만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22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곧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결정하자, 시종일관 반대 입장을 취해온 중국 정부는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류 복지보다 자국 이익을 중시한 이기적인 결정”이라며 “해양환경과 식품안전, 공중보건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장벽을 더 높이는 것을 포함해 더 많은 조처를 하겠다는 것이다. 홍콩도 이날 “24일부터 일본 10개 현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태도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산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국가 정부의 반응이라고는 믿기 힘든 것이었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방류 계획상의 과학·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사실상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찬성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찬성하면서도 찬성한다고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비겁한 태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수 국민과 야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187만명 시민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서명했다. 중국 친구에게는 “한국 국민까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2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반대 서명을 했다”고 말해줬다. 오염수 방류 문제가 여론보다 과학적 근거를 더 따져야 할 문제라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한국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제대로 따져 묻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중국 정치와 한국 정치 중 어디가 더 나을까. 생각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던 질문이 윤석열 정부 들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여론에 역행하는 행동을 곧잘 한다는 점에서 두 나라 정부가 겹쳐지는 것도 최근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도 중국보다 한국이 나은 점은 지금 당장 여론에 역행하는 정부를 막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는 점일 것이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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