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총선 돕겠다는 원희룡의 노골적인 ‘관권선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친여·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조찬 세미나에서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해서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저도 모든 힘을 다 바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당 후보들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무직 공무원인 장관으로서 도를 넘어선 표현이다.
공직선거법에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금지행위를 아예 못 박아 놓은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원 장관은 “현직 장관이다 보니까, 더 이상 표현은 살짝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까지 말했다.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질 걸 의식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총선 개입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법 행정·해석을 관장하는 법무부의 한동훈 장관은 지난 2월 “(본인도) 정무직 공무원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가) 당연히 있다”고 답했다. 국무위원 모두에 예외 없이 적용될 얘기다.
부처 중에서도 국토부는 총선 현안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국토 개발과 규제완화, 도시·도로·주택 건설, 철도·항공 사무 등을 관장해 지역구 의원 후보들의 공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 금지되고 정당과 총선 후보들의 공약·민원과도 맞물려 있는 원 장관의 발언과 처신은 무겁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 국토부 수장이 총선 지원을 운운하는 것은 지역구 관련 SOC 공약을 통해 여권 후보를 지원해 관권선거를 하겠다는 오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선거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명정대한 선거를 훼손하고 흔들 수 있는 현직 장관의 선거개입성 언행이 없도록 원 장관에게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서 현 정부 출범 후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 쪽으로 도로 종점이 변경된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사업백지화를 선언했다가 번복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그 의혹도 눈덩이처럼 굴러가는 상황에서 여권 성향 시민단체에 가서 관권선거를 조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치인으로 내년 총선판에 개입하고 싶다면 당장 장관직을 내려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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