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콘텐츠 경쟁력, 시각효과기술에 달렸다
VFX(Visual Effect)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시각효과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시각효과는 컴퓨터그래픽스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VFX는 이미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콘텐츠 제작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VFX를 이용해 이전에는 쉽게 표현할 수 없었던 상상력과 창의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VFX를 사용해 화면에 불을 붙이거나 폭발하는 장면, 우주를 비롯한 다양한 특수효과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인물, 동물, 환경 등도 실제 상황과 구분이 불가능한 완성도로 표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게임,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XR(확장현실) 등 디지털 실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기초과학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VFX 제작 수요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호황은 VFX 회사들에 큰 기회를 제공했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면에는 많은 위험이 숨어 있다. 완성도를 높이고 규모가 커질수록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도 노동집약적이다 보니 많은 인력과 장비, 기술투자가 필수적이다. 고가의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충분하게 보유했다 하더라도, 고도화된 제작 파이프라인의 운영체계가 없다면 적자 경영이 될 수밖에 없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고도화된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그 많은 고가의 구슬들을 조화롭고 균형감 있게 잘 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특화된 기술로 콘텐츠 제작 매니지먼트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공이 VFX 기술 제작사들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직접 제작에 참여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다. 그러나 투자자가 아닌 이상 VFX 제작사에 특별한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가 세계적인 흥행과 각종 영화제의 시각효과상을 휩쓰는 데 기여하고도 정작 VFX 기업은 재정난으로 도산하거나 많은 아티스트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오스카에서 많은 수상을 했지만 VFX를 담당했던 회사는 과도한 투자로 생존위기를 겪었다. 당시 해당 아티스트들이 실직을 하고 시위를 벌여 업계에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창작을 시스템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시스템화해야 산업이 되고 그 안에서 고용과 투자와 발전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VFX는 대한민국이 키워야 할 미래 핵심 산업이다. 소수의 창작자가 아니라 수백 명 규모의 아티스트와 개발 기술파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과거에는 시장 규모가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할리우드 외에는 기술과 파이프라인 구축에 투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장규모가 5조 달러가 넘고 K콘텐츠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사이 할리우드와의 격차를 좁혀 놓았다.
이제는 할리우드를 쫓는 노력보다 우리만의 특화된 VFX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대량의 콘텐츠를 계획된 품질로 안정적으로 예측하며 제작해 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산업 구조가 만들어진다. VFX가 건강한 산업이 되면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아바타 같은 영화를 못 만드는 것일까, 안 만드는 것일까. 10년이라는 제작 기간과 엄청난 제작비의 거대 프로젝트. 아바타 영화에 리스크는 없고 성공에 대한 확신만이 있었을까. 분명 제작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있고, 리스크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수많은 어려움과 난제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세기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무한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할리우드라는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K콘텐츠라는, 우리가 주인인 이 시장의 '퓨처마킹'이 필요한 시기다. 고위험 고수익의 큰 배팅보다는, 세계로 부상하고 있는 K콘텐츠를 중심으로 우리만의 안정적인 제작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일회성 영상 제작 콘텐츠라는 한계를 벗어나 제작 경험과 유의미한 관련 데이터를 자산화·재활용할 수 있어야 그들과 차별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세계적인 흥행 IP(지식재산권)의 2차, 3차 콘텐츠들을 단시간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만의 시장과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드는 길이다.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영상콘텐츠 시장을 실감 콘텐츠, 디지털 콘텐츠의 확장을 통해 더 키우고, 나아가 미래 메타버스 시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지난 몇년간 게임과 혼동됐던 애매한 메타버스가 아니라,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줬던 가상세계,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아시스 같은 미래의 진짜 메타버스를 만들고 선점해야 한다.
결국은 콘텐츠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뒷받침하는 기초 과학기술은 VFX와 컴퓨터그래픽스라는 것은 오래도록 유효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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