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생선 먹겠다”는 주일 미국대사…중국은 수입 전면 중단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8. 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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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 [사진출처 = AP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을 비롯한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탱크에 저장 중이던 오염수를 이날 오후 1시경부터 방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자,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 반 만이다. 앞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가 종료될 때까지 30년 이상 방류가 계속된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초당 1m의 속도로 원전 앞바다에 흘려보냈다. 이날 방출량은 2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전력은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하루 방출량을 최대 500t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루 평균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바다로 내보낸다. 도쿄전력은 이 과정을 네차례 진행해 올해 전체 오염수 저장용량의 2.3%인 3만1200t을 흘려보낸다. 오마츠모토 준이치 도쿄전력 집행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지금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 선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2주에 한 번씩 우리 전문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파견해 일본이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이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지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도 견고하게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뒤부터 후쿠시마와 인근 8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가 완화 또는 해제돼 식탁 안전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시는 국민들이 계신다”며 “단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는 수산물 업계와 관련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확보해 놓은 수산물 소비 활성화 예산 640억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 예비비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지원 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산업 긴급 경영안정 자금을 5배 확대하고, 대출 한도를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도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방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AFP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일본 수산물은 물론 방사능 노출 우려가 커지면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수산물까지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 있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사능 피해를 어업 재해로 인정하는 법안 △원산지 표기시 국가 외 지역명도 표기하는 법안 △방사능 피해 지원을 위해 재난관리 기금을 설치하고 일본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 금지 법안을 특별안전조치 4법으로 지정하고 당론 추진키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7개월째인) 내년 3월24일, 양당 입회 하에 제주 앞바다에서 채수(물을 채취)해 방사능 수치를 검사해보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7개월은 ‘오염수가 방출되면 약 7개월 만에 제주 앞바다에 도착한다’는 민주당 주장이 근거다.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방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AFP 연합뉴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오는 31일 후쿠시마현 소마시를 방문해 현지 생선을 먹으며 미국의 지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그는 23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방문 목적을 “일본이 체계적으로 추구해온 절차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고 물리적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 지역에서 잡은 생선을 먹는 것과 수산물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일정에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을 선언하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는 “핵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가져다줄 방사성 오염 위험을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 오늘을 기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일본에서 극동 연해주로 수입되는 해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러시아 보건·위생·검역 당국은 “방사성핵종 함량이 높은 일본산 수산물의 위생·검역 및 유통 통제를 강화하라고 연해주 지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던 대학생 16명이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당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대학생 단체는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시위를 벌이다 무단으로 대사관 침입을 시도해 경찰에 체포됐다. ‘오염수 투기 반대 대학생 원정단’과 ‘진보대학생넷’ 소속인 이들은 당초 이날 오후 2시께 기자회견을 한다고 신고했지만 기습 시위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날 자체 개발한 이동형 실시간 해수방사능 시스템으로 충청남도와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우리 해역 감시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원자력연 연구팀이 개발한 이동형 실시간 해수방사능 시스템은 해수를 실시간으로 채취한 뒤 선박 내 설치된 검출기를 이용해 방사능을 측정한다. 해수 채취와 방사능 측정이 동일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방사능 농도는 무선 통신을 통해 육지에 위치한 상황실로 전송된다.

특히 방사능 농도가 높게 나올 경우, 시료를 별도로 채취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스템을 지속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해 우리 해역을 모니터링한 결과, 우리 해역의 해수에서 방사능이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윤재, 홍혜진, 위지혜, 고재원,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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