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찾기 힘든 열악한 현실에… ‘신산업 체질’로 바꾼다 ['킬러규제' 혁파]
수십년간 유지된 경직적 업종 제한 탓
전통 제조업만 남아 청년층 외면 심각
카페 등 편의시설 부족도 고질적 문제
입주 업종·용도 변경·임대 제한 완화해
다양한 인프라 확충 속도감 있게 추진
재계 “저성장 탈출 현실적 해법” 반색
정부의 ‘산업단지 입지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은 노후한 산업단지를 첨단·신산업과 청년 근로자를 품은 ‘산업 캠퍼스’로 탈바꿈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입주 업종, 토지 용도 매매·임대 제한이라는 ‘3대 규제’ 혁파를 내세운 배경이다.
최태원 商議 회장 만난 尹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참석하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킬러규제’ 혁파와 관련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역동적 시장경제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등 산단 관리 기관이 입주 업종을 5년마다 재검토해 산업단지 변화 방향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입주 대상 기업이 아니어도 전력 등 기반 시설의 능력 허용 범위에서 산단 입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주 업종 규정도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업종이 불분명한 새로운 산업은 신설되는 ‘업종심의기구’를 통해 입주 가능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준다. 사행업 같은 특정 금지 업종 이외에 모든 업종이 산단에 자유롭게 입주할 수 있는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 활용도도 높인다.
2000년 도입된 네거티브존 제도는 전국 11개 산단에서 일부 적용 중이다. 현행법상 신청하려면 대상지가 최소 15만㎡ 이상이고 해당 지역 토지 소유자 4분의 3 동의가 필요하지만, 관련법 개정을 통해 신청 최소 면적과 동의 기준을 각각 10만㎡와 3분의 2로 낮춘다.
제조업 지원 강화 차원에서 산단에 법률·회계·세무·금융 등 서비스 업종도 입주를 허용키로 했다. 노후 산단 입주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 지원을 위해 공장 설립 후 5년간 매매·임대를 제한하는 현행 규제는 완화한다. 산단 기업이 공장을 금융·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매각 후 임대하는 자산유동화를 허용해 기업의 신·증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재원 확보를 촉진한다.
정부는 지방 노후 산단의 고질적인 편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산단의 토지 용도 제한도 해제한다. 기존 산단은 문화시설은 물론 편의점조차 부족해 청년층 근로자들이 산단을 외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1년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가산단 내 19∼34세 청년층 근로자 비율은 29%가량이다. 착공 2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의 경우 인구 1만명당 카페, 편의점, 병원은 각각 11개, 3개, 1개에 불과하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경우 공장 외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지원시설용도의 땅 면적이 전체 산단의 2.6%에 불과하다. 토지 용도가 산단 인프라 개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토지 용도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면적 상한을 기존 3만㎡에서 10만㎡로 대폭 확대하는 등 체육·문화시설 등 편의·복지 시설을 속도감 있게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단지 입지 분야 규제 혁파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지방을 소멸위기에서 구하고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 혁파는 저성장의 터널을 좀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김범수·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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