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단 엔진·단분리 정상 작동… 北 “비상폭발체계 오류 탓”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

박수찬 2023. 8. 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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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발사 실패 원인은
1차 땐 1단 분리 후 2단엔진 안 걸려
3개월 만에 뚜렷한 기술적 진전
데이터 송수신 기술 확보 가능성
노동당 창건일 직전 3차 발사 관측
연내 위성 궤도 진입 목표 삼은 듯
군사정찰 실질 효능 있을지는 의문

북한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기간인 24일 감행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 2차 발사는 또 실패했다. 3개월 간격으로 이뤄진 두 차례 발사 시도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뚜렷한 진전을 보였다. 북한이 실패 원인을 분석해 개선 작업을 빠르게 진행한다면 오는 10월 3차 발사에선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가능성도 있다.

◆엔진·단분리 신뢰성 확인

북한의 이번 발사는 표면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로켓의 핵심적 성능 측면에선 진전된 부분도 엿보인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5월31일 1차 발사에선 1단 분리 후 2단 엔진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 추락했다. 그런데 2차 발사에서는 1∼3단 엔진이 정상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우주발사체는 지구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탄도미사일보다 더 많은 추진력이 필요하다. 강한 추력을 갖춘 엔진이 발사 전 설정대로 가동되고 단 분리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북한이 1차 발사 실패 후 3개월 만에 천리마-1형을 3단 비행까지 진행했다는 것은 짧은 기간 안에 엔진과 연료, 단 분리 기술의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뜻이다.

발사체와 지상통제소 간 데이터 송·수신 기술 확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차 발사 실패 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로켓이 정상 작동이 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비상 폭발 체계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해당 사고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엔진 가동을 비롯한 발사체 상태는 지상통제소가 텔레메트리(telemetry: 원거리 자동화 통신) 데이터를 발사체로부터 수신해야 확인이 가능하다. 3단 분리 후 수백㎞ 거리에서 발사체와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북한 발표의 진위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 비상 폭발 체계는 비행종단시스템(FTS)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FTS는 위성 발사체나 미사일 등이 예정된 궤도를 벗어나거나 발사 후 지휘 결심이 변경되는 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다. 러시아 등 동구권의 FTS는 발사체 내부 제어시스템의 판단으로 비행을 자동 종료한다. 한국 등 서방은 지상에서 무선 명령을 보낸다. 북한이 동구권 방식을 사용했다면 발사체 내부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비행을 자체 종료했을 가능성이 있다.
◆10월 발사 예고… 조급했나

북한은 앞으로 한 달여 후인 10월에 3차 발사를 시도하겠다고 예고했다.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직전에 3차 발사를 할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기념일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해온 것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올해 안에 위성을 성공시키려는 조급함이 엿보인다. 10월 발사는 올해 안에 위성 발사를 시도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내로 위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키려는 것”이라며 “겨울로 가면 풍향, 풍속 등 여건상 발사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10월 발사가 마지막 옵션”이라고 했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기존에 쏘아올리려고 했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와 유사한 위성을 발사체에 탑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북한이 사전에 만리경-1호 외에도 다른 종류의 위성을 만들었다면 이를 활용해 3차 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

3차 발사가 성공해도 군사정찰위성으로 실질적 성능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가 많다.

군 당국은 5월31일 북한의 1차 발사 실패 직후 잔해를 인양·분석해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새로운 위성과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작업에 성공했다는 상징적·정치적 의미는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위성의 의미를 부각하며 정치적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수찬·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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