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보복?…프리고진, 반란 두달 만에 비행기 추락사
기내 테러 vs 미사일 격추 '분분'
푸틴이 암살 지시했을 가능성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사진)이 23일(현지시간)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지난 6월 23~24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두 달 만이다. 서방 언론들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획한 암살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전쟁의 판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항공당국은 이날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모스크바에서 약 160㎞ 떨어진 트베르의 쿠첸키노마을 인근에 추락해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승무원 3명을 제외한 7명의 승객 중 5명이 바그너그룹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이 확인된 고위 인사는 프리고진과 그의 오른팔이자 바그너그룹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 바그너그룹의 물류 업무를 총괄한 발레리 체칼로프 등이다.
러시아 국영 매체인 리아노보스티가 공개한 영상에는 이 비행기가 약 8.5㎞ 상공에서 한쪽 날개가 떨어져 나간 채 수직 낙하하는 장면이 담겼다.
항공기 경로 추적 웹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는 프리고진이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오갈 때 이 비행기를 이용했다고 확인했다. 이날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이었고, 오후 3시15분께 갑작스레 신호가 끊긴 뒤 30초 만에 2.4㎞ 이상 급강하했다. 추락 직전까지 이 비행기에선 어떤 이상 징후도 감지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전용기 추락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친바그너그룹 성향의 온라인 매체들은 “사고 지역 인근 주민들이 두 차례 방공사격 소리를 들었다”며 러시아군이 대공 미사일로 이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사고 당시 하늘에 미사일이 날아간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텔레그램 뉴스 채널인 매시는 러시아 조사당국이 “기내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사고 비행기 기종인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이 2002년 처음 생산된 이후 20여 년간 사고가 난 적은 단 한 차례”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거의 없다”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사고 당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남쪽 쿠르스크 지역에서 열린 ‘쿠르스크 전투’ 승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던 중이었고,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프리고진 사망에 대한 크렘린궁의 공식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두 달 동안 프리고진이 보유한 자산을 정리하고 내부 강경파를 처벌하는 작업을 한 뒤 최종적인 복수를 했다고 보고 있다. 쿠데타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져 한때 숙청설이 돌았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전날 해임된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CNN에 따르면 흑해 연안에 있는 푸틴 대통령의 호화 저택을 알고 있던 한 전직 장군도 지난 16일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그리고리 유딘 모스크바사회경제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수로비킨이 쿠데타에 가담한 것이 확인됐다면 그 역시 비행기에 타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크렘린궁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그런 일(쿠데타)은 결코 용서될 수 없다”며 “러시아 엘리트 전체에 반역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다른 지휘관들이 남아 있지만 이들은 프리고진 같은 카리스마, 경제력, 정치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시위를 부추기기보다는 겁을 먹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바그너 그룹이 분노하겠지만 심각한 정치적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노유정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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