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이어질 방류... "감시 쉬지 말고 환경 영향 연구 집중해야"
독자적 해양 모니터링하겠다는데
시료 분석 인력 업무량 급증 우려도
전문가들 "방류 기간 내내 지켜봐야"
134만4,749㎥. 올림픽 규격 수영장 500여 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24일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방류가 계획대로 별 탈 없이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방류 종료가 예상되는 시점은 빨라야 2051년(사고 원자로 폐쇄 완료 예상 시점)이다.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뿐 아니라 독자적 모니터링을 통해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이 공언(空言)이 되지 않으려면, 방류가 계속되는 30여 년간 꾸준한 감시와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산물 수입규제 완화 단연코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방류를 개시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제사회와 일본 정부로부터 투명한 정보를 확보하고, 우리 바다와 일본 근해와 태평양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30여 년간 계속될 방류 과정에서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개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면서 "국민들도 부디 합리적으로 긴 안목을 갖고 이 사안을 직시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2주에 1회 후쿠시마 IAEA 사무소에 전문가 파견 △일본 정부가 방류 데이터 1시간마다 전달 △한·일 정부 간 핫라인 구축 및 IAEA와의 정보공유 전담관 지정 △일본·태평양 도서국 인근 해역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전문가 파견과 관련해 "IAEA 측과의 협의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빠르면 이번 주말 출국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기술적 검토를 담당했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후쿠시마 현장을 방문했던 시찰단 소속 KINS 연구원들이 현장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과 별개로 후쿠시마현과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정부는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가 완화하거나 해제되는 일은 "단연코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일본이 과학적 처리와 검증을 거쳐 방류하는 오염수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
전문가들은 방류가 수십 년간 지속되는 만큼,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 정부가 감시의 고삐를 조이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방인철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오염수 방류는 안전을 넘어 신뢰의 문제가 됐다"면서 "우리 측 전문가 파견, 데이터와 측정장비에 대한 접근, 주기적인 시료 검사가 방류 기간 내내 가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아울러 "일본이 제시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라는 기준이 과연 맞는지도 계속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우리 해역 방사능 조사 지점을 늘렸는데, 연속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통계적으로 논란이 없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분석할 시료는 많아지는데 인력이나 인프라가 늘지 않아 연구원들의 업무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인력이나 예산 규모를 적정하게 산정해 내년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존 방류 시스템 검증이 도쿄전력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성능을 확인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면, 향후에는 장기간 방류되는 오염수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양생태학 전문가는 "앞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오염수 확산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는 확산의 방향만 연구한 것"이라면서 "오염수가 30년간 방류됐을 경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데이터를 고도화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제 공조도 중요하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필요한 경우 IAEA를 통해 우리 의견을 관철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선 후쿠시마 현장 사무소에서 IAEA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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