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인도의 달 착륙
인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를 밑돌던 1960년대부터 우주를 꿈꿨다. 선구자는 비크람 사라바이 박사(1919~1971)였다. “가난하고 사회문제가 많을수록 미래를 위한 우주개발이 절실하다”고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를 설득해 1962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초석을 놨다. 천문학적 예산의 미·소 우주경쟁이 벌어지던 당시, 인도는 허허벌판 툼바에서 작은 교회를 빌려 첫 우주기지로 삼았다. 자전거로 부품을 실어다 조립해 로켓을 발사했고, 첫 통신위성의 안테나 범위 테스트는 소달구지에 싣고 했다. 독창적인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도의 ‘주가드(Jugaad)’ 문화였다. 1980년, 인도는 자체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 6번째 인공위성 발사 국가가 됐다.
꿈은 허무맹랑하다는 핀잔을 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으로 우주개발은 턱없어 보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어린이 5분의 2가 영양실조에 인구 절반이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다”며 인도에 돈 낭비 말라는 칼럼을 냈다. 국내 반대 여론도 적잖았다. 인도 과학자들은 성과로 답했다. 2014년 미국·러시아·유럽에 이어 4번째로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영화 <마션> 제작비(1억800만달러)보다 비용(7400만달러)이 적었다. 2017년에는 로켓 하나에 104개의 위성을 탑재·발사해 세계신기록을 썼다. 지난 4월까지 인도가 우주에 배송한 인공위성은 총 34개국 424개에 달한다.
23일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사상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형과 궤도가 까다로워 우주강국 러시아 탐사선마저 사흘 전 남극 착륙에 실패한 터라 인도의 성공은 더욱 빛난다. 다량의 물이 얼음상태로 발견된다면 유인기지 건설에 필요한 식수와 산소는 물론 태양계 외행성 탐사에 필요한 수소도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인도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태양탐사선 ‘아디트야’, 달 유인 우주선 ‘가가니안’ 등을 준비 중인 인도는 향후 민간기업의 우주개발 참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끈질겼던 우주개발 60년, 인도가 미래 경제의 새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성큼 앞서가고 있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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