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버튼 누른 日… 정부 “수입 규제 유지” [日 오염수 방류]
강구열 2023. 8. 24. 18:20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
韓총리 “日, 투명·책임감 있어야”
하루 약 460t씩 17일간 진행
2024년 3월까지 3만1200t 예정
IAEA, 현장서 안전기준 감시
우리 전문가 합류 막바지 협의
中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주일 美대사 “후쿠시마 생선 먹겠다”
韓총리 “日, 투명·책임감 있어야”
하루 약 460t씩 17일간 진행
2024년 3월까지 3만1200t 예정
IAEA, 현장서 안전기준 감시
우리 전문가 합류 막바지 협의
中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주일 美대사 “후쿠시마 생선 먹겠다”
국제사회의 주목 속에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24일 오후 1시 도쿄전력 관계자가 방류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됐다.
도쿄전력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해 온 오염수는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바닷속으로 쏟아져 육안으로 방류 현장을 볼 수는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만난 수산물 시장 상인들이나 도미오카(富岡) 도쿄전력폐로자료관 관람객 등의 표정에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우려가 스쳐가는 모습이었다.
두 가지 바다색 일본 정부의 방류 개시 결정에 따라 24일 오후 1시를 기해 보관 중이던 오염수를 방출하기 시작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공중에서 바라본 모습. 작은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출 설비 스위치.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4개월 만에 이뤄진 오염수 방류는 앞으로 30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교도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류 직후인 오후 1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앞으로 30여년간 계속될 방류 과정에서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개하기를 기대하고 또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도 견고하게 유지하겠다”며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가 완화 또는 해제되어 식탁 안전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국민이 계신데 단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담화에서 국자원자력기구(IAEA) 및 일본 정부와 장기간 치열한 협상을 통해 △2주일에 한 번씩 우리 전문가의 현지 IAEA 사무소 파견을 통한 안전기준 준수 여부 및 이상상황 발생 확인 △1시간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업데이트 정보 제공 △이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정보공유 등에 확인했다며 “한국과 IAEA 양측의 정보공유 담당 전담관이 지정돼 오늘 중 소통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측 전문가의 (IAEA 현장사무소) 최초 방문이 최단 시간 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막바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측 전문가가 가능한 한 빨리 방류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IAEA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해양 방류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 만, 날짜로는 4549일 만이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때부터는 2년4개월 만이다. 오염수 전체를 방류하는 데는 30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염수 약 1t을 바닷물과 혼합해 방사성물질 농도를 확인한 도쿄전력은 방류 개시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 농도는 1ℓ당 43∼63베크렐(㏃·방사성물질 측정단위)로 정부 기준 6만㏃를 크게 밑돌았다”며 “자체적으로 세운 1500㏃에도 못 미쳐 예상했던 대로 희석이 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마쓰모토 준이치(松本純一) 도쿄전력 ALPS처리수대책책임자는 “정부와 함께 풍평(근거없는 방사능 오염 등에 대한 소문)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신속하게 적확한 정보를 제공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류 안전성을 점검해온 IAEA의 직원들이 이날 현장에서 방류된 오염수가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감시·평가했다.
일본인들은 풍평 피해, 환경오염 등을 걱정하면서도 어렵게 시작된 만큼 큰 문제 없이 진행돼 가기를 바랐다.
도쿄전력폐로자료관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정부나 국제기구가 설명하지 않았냐”며 “오랫동안 이어질 방류를 막 시작한 것인 만큼 지켜보면 된다.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사고가 난 원자로의 폐로를 안전하게 잘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여성은 “폐로자료관 관람을 통해 사고 과정이나 피해 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는데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되는 게 많지만 필요한 것이란 생각도 된다”며 “무엇보다 어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시에서는 40여명의 시민이 “(오염수) 해양 방류는 후쿠시마의 부흥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방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어민들의 이해를 얻지도 못했고, 국민의 합의도 없이 방류를 강행했다”며 일본 정부, 도쿄전력을 비난했다.
원전에서 남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이와키시의 오나하마항 수산물 시장을 찾은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풍평 피해로 어민들이 피해를 본 뒤 시간이 지나 겨우 회복됐는데 또다시 피해를 보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한 주민은 “(오염수가) 얼마나 어떻게 바다로 흘러가는지 어찌 알겠냐”며 체념한 표정이었다.
주변국 중 가장 강력하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해 온 중국은 이날 강도 높은 대항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일본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가져다줄 방사성 오염 위험을 방지하고, 중국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며, 수입 식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을 기해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대사가 31일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소마(相馬)시에서 어부, 주민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통신에 “연대뿐 아니라 안전도 보여줄 것”이라면서 “그 지역에서 잡은 생선을 식당에서 먹는 것과 수산물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일정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도미오카(후쿠시마)·베이징=강구열·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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