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인대 손상’ 오타니, 결국 인간 한계는 넘지 못하나… 몸값 4억 달러 증발 위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로 실현시켜 더 역사적인 선수다. 오타니를 단순히 성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와 야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선수다.
사실 아무도 이것이, 그것도 전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가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도 어려운데 투수와 타자 모두 성공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와 같은 사례가 있지만 이는 100년 전 이야기였다. 오타니가 등장하기 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가능성을 한계에 가두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타니의 맹활약 이후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후에는 굴곡이 있었다. 타격도, 투구도 기복이 적지 않았다. 특히 투수 쪽은 부상도 겹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후인 2018년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다. 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느라 2019년은 한 경기도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타격에만 집중했다. 2020년까지도 여파가 지속됐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 2021년부터는 본격적인 투‧타 겸업에 나서며 메이저리그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 선정 이후 오타니의 업적은 이미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 다만 당시부터 회의적인 시선은 꾸준히 따라다녔다. “과연 몸이 버텨줄까?”라는 의문이었다. 오타니가 역사적인 선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언제까지 투‧타 겸업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원로들을 위주로 “하나만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투수와 타자는 쓰는 근육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투수가 집중하는 훈련, 야수가 집중하는 훈련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타자들은 어깨와 팔꿈치 쪽에 필요한 훈련을 투수만큼 하지는 않는다. 오타니는 둘 다 해야 했다. 피로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오타니는 5~6일에 한 번 정도 선발로 나서면서 타자까지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곧바로 타자로 나갔다.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모든 동료들이 혀를 내두른 근본적인 이유다.
올해 일정은 더 우려가 컸다. 시즌 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일본 국기를 유니폼에 단 오타니는 대충이 없었다. 조국의 우승을 위해 투‧타 겸업을 마다하지 않고 양쪽에서 모두 활약했다. 당장 일본의 대회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오타니가 마운드에 있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힘든 투‧타 겸업 일정에 시즌 전부터 힘을 빼 체력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24일(한국시간) 현재 타자로는 126경기에 나가 타율 0.304, 44홈런, 9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9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투수로도 23경기에서 132이닝을 던지며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로 활약했다. 167개의 탈삼진은 덤이었다. 그런데 24일 그런 오타니의 팔꿈치에 이상 증세가 발견됐다. 또 팔꿈치 인대에 문제가 발생했다.
오타니는 24일 미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엔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더블헤더 1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1회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2회 투구 도중 팔에 이상을 느껴 조기 강판됐다. 오타니가 먼저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몸 상태를 확인한 뒤 교체가 결정됐다. 이날 오타니의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유독 오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역시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이다.
당초 단순한 ‘팔 피로’ 증세로 알려졌으나 검진 결과 팔꿈치 인대에 손상이 발견됐다. 팔꿈치 수술을 받을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오타니는 이에 따라 올해 남은 일정에 투수로는 등판하지 않을 예정이다. 포스트시즌의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던 에인절스로서는 날벼락이다. 4번 타자는 남아있지만, 에이스는 사라졌다.
오타니의 MVP 수상 전선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미 지금까지 쌓아둔 것이 있고, 타자로서는 계속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시즌 뒤 얻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다. 오타니는 이번 오프시즌 최대의 화제다. 투‧타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하기에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처음으로 총액 5억 달러 이상, 이를 넘어 6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ESPN은 최근 오타니의 몸값을 조금 더 체계적인 자료로 정리했다. ESPN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성적을 고려했을 때 오타니는 투수로 3760만 달러, 타자로는 3840만 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연간 7600만 달러다. 이를 12년으로 단순히 환산하면 9억1200만 달러라는 미친 숫자가 나온다. 다만 ESPN은 노쇠화를 고려해 손실분이 약 1억2000만 달러로 봤고, 그래서 예상 금액을 12년 기준 7억8970만 달러로 잡았다. 연 평균 6580만 달러다.
만약 오타니가 투수를 못 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오타니의 연 평균 가치는 3257만 달러가 증발돼 3323만 달러 정도가 된다. 12년 총액 4억 달러 수준이다. 즉, 오타니가 타자만 한다면 약 3억9000만 달러 상당히 날아가는 셈이 된다. 사실 오타니는 타자로도 MVP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지만, 투‧타 겸업이 아니라면 상징성과 가치가 상당 부분 저하되는 건 분명하다.
수술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수술을 받아도 문제, 그렇지 않아도 문제다.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사실 오타니의 등판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많은 구단들이 꺼릴 것이다. 수술을 받으면 개인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이 된다. 이 또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어찌됐건 오타니의 ‘역대급’ FA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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