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돌아버린 듯" 단체로 아파트 '민폐주차'…해법은[이슈시개]
"처음엔 한 두 대가 이러더니…"
지난 22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저희 아파트 주차장 진짜 가관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주차공간 두 칸을 차지해 가운데에 차를 대거나, 빈 공간이 있음에도 주차선을 넘은 차량들을 촬영한 사진 세 장을 공개하며 "처음엔 한두대가 이러더니 다 돌아버린 듯하다"고 썼다.
A씨는 해당 아파트 주차장 지하 2층은 평소 여유로운 편이지만, 지하 1층은 초저녁 이후부터 만차가 된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은 "심각하다", "어마어마하네요" 등 경악하는가 하면, 일부는 "두 자리 먹은 건 이중주차가 국룰", "입구를 막아버리고 제대로 주차할 때까지 안 뺀다고 해라", "사이드 안 풀고 가로로 딱 붙여서 주차하고 싶어진다" 등 보복성 주차로 응징하라는 식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주차선이 좁은 걸로 추정돼 벽면에 주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과 함께,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주차 단속에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른바 '참교육'으로 통용돼온 보복 주차를 할 경우, 역으로 본인이 처벌받게 될 수 있다. 지난 2021년 보복 주차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며 벌금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까. 관리사무소 측에 민원을 제기하는 게 우선적인 방법이지만, 계도를 했음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한국교통연구원이 펴낸 '아파트단지 내 부적정 주차로 인한 갈등 해결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공동주택 관리주체인 입주자대표회가 정한 관리규약에 따라서 관리사무소가 계도하고 있으나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약하고, 아파트단지는 사유지인 관계로 경찰이나 지자체의 불법주차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파트에서의 '민폐 주차', '얌체 주차' 행태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내 부적정 주차'(이하 부적정 주차)로 규정하고 크게 7가지 유형의 사례를 검토한 뒤 개념을 설정했다.
부적정 주차는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 내 주차가 가능하도록 지정된 구역의 주차구획선 내에 맞지 아니하게 주차함으로써, 다른 입주자 등의 주차 및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부적정 주차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현행 주차장법과 도로교통법상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 주차장에선 경찰 및 지자체 관계자가 이동 명령, 견인 등 조치를 할 수 없다. 자동차관리법상 장기 방치 차량에 조치를 취하는 것도 타인의 토지에 무단 주차하는 경우에 한하므로 입주민 간의 문제엔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형법에 따라 일반교통방해죄, 업무방해죄, 재물손괴죄로 기소하는 게 형사상 책임을 묻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 2018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은 차주이자 입주민이 일반교통방해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사건 당시, 입주민들은 해당 차량을 인도로 옮기기까지 6시간 동안 불편을 겪어야 했다.
앞선 보고서에서도 이런 해결법에 대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타인의 주차 방해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유지 불법주차'에 대한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건수는 2020년 2만 4817건으로, 2010년에 비해 약 153배 증가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해 3월 '공동주택 등 사유지 내 주차갈등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국토교통부·법무부·경찰청과 전국 243개 지자체에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파트에서의 주차질서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조치를 취할 길이 열린 것이다.
권익위 개선방안 중에는 공동주택관리법의 관리규약을 신설하고 주차장법도 동시에 개정해 '인접한 주차단위구획을 침범하여 다른 차량의 주차를 방해하는 경우'에 대해 행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권익위는 올해 2월까지 조치하도록 했지만, 국회에는 이를 위한 법률 개정안들이 폐기되거나 계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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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유진 기자 ji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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