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호황 끝났다" 영향력 줄어든 中… 글로벌 충격파도 ‘미미’ [아시아 경제패권 지도가 바뀐다]

정지우 2023. 8. 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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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中경제 향후 전망과 한국 파장
SOC·부동산 투자로 40년 급성장.. 비효율·부채 커지며 통제불능 수준
저출산·외인투자 감소도 성장 발목.. 세계 금융·원자재시장 악영향 예상
중국發 후폭풍 크지 않다 의견 많아.. 美·유럽 기업 매출 비중 4~8% 불과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 시선은 냉정하다. 올해 중국이 목표로 삼은 경제성장률 5% 안팎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며 2035년까지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초체력이 강하고 발전동력이 여전하다는 중국 측의 주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오히려 중국에서 불어온 위기가 전 세계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40년 호황은 끝났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중국 경제의 40년 고도성장을 견인해 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건설 위주 성장모델이 지속되기 힘들다면서 "위험신호가 온천지에 널렸고, 중국의 40년 호황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기반시설·부동산 개발에 정부가 대규모로 자본을 쏟아부었지만 갈수록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져 심각한 비효율과 부채 문제가 불거졌고, 이런 어려움은 이제 통제불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문을 연 1978년 이후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눈부신 발전을 구가해 왔다. 한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중국이 급기야 세계 2위 경제국이 돼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모습에 일부 학자들은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기간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4%가량을 국내 기반시설과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전 세계 평균(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고속도로와 공항, 발전소 등 부족했던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잉건설의 증거가 명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출산 현상에 따른 인구절벽과 미·중 갈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 감소까지 고려하면 중국의 성장 속도는 훨씬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소속 역사학자인 애덤 투즈 교수는 "세계 경제 역사에서 가장 급격한 궤도를 그리는 기어 변환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최소 6%대를 기록했던 중국의 GDP 성장률이 앞으로 수년간 4% 미만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2030년에는 연 2%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금융·원자재 시장 영향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부동산이 붕괴하고 경제가 경착륙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기둔화가 지속될 경우 해외투자와 대출을 조일 수 있고, 이는 세계가 중국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청난 수요로 전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 경제가 이제는 낮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세계 원자재 시장에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갈수록 경제불안이 커지는 중국이 향후 내부 불만여론을 돌리려는 의도에서 군사적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외교정책분석가인 맥스 부트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을 비롯, 더 권위주의적이고 군국주의적 정책을 추구하게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갈수록 커지는 국내 불안여론을 억누르고, 대중의 분노를 외부의 적에게 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발 충격파 미미할 것

그러나 중국발 경제위기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 유럽, 일본의 모든 상장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4∼8%에 불과하다면서 경기둔화가 위기로 확산하지 않으면 고통을 겪는 분야도 일부에 국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현재 다른 국가들의 경제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한 상황에서 중국 경기둔화는 원자재 수요 감소, 가격 하락, 수입비용 감소 등을 뜻하고 이는 연준 등 중앙은행의 물가대응 부담이 줄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뉴욕시립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중국 경제상황에 대해 "2008년 미국 등의 금융위기 때와 닮았다"면서도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홍콩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액은 2150억달러(약 287조원), 주식·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는 5150억달러(약 688조원) 수준으로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하면 소규모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 GDP의 1%도 안 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불과한 만큼 중국이 위기에 빠져도 미국산 제품 수요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인 시저 마스리 등 3명도 중국 경제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만큼 크지 않다고 풀이했다. 중국 경제의 둔화 등이 다른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3년 동안 가파르게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마스리 투자전략가는 이런 상황을 '계속 진행 중인 장기이혼'이라고 지칭하며 주당순이익 지표는 중국과 신흥시장 간의 '이혼'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또 중동과 인도가 중국 관련 문제로부터 피신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며, 한국은 최고의 선택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에 미칠 단기적 영향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대중수출액 비중이 사드사태 이후 많이 줄어든 점 △소비재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 △중국 국내 문제에 머물러 있는 점 △중국 정부가 대응에 나선 점 △중국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점 △한국이 수출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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