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勞, '실업급여 개편' 반박…"약자만 피해받을 수도"(종합)

고홍주 기자 2023. 8.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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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양대노총, 국회서 정부 개편 방안 비판 토론회
"도덕적 해이, 과장된 측면 있어…고용서비스 늘려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민석(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 문제점 및 개선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8.2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현행 실업급여 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양대노총이 토론회를 열고 정부여당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함께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 문제점 및 개선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실업급여 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정책 토론회다. 아직 개편안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정부여당이 검토 중인 하한액 폐지 또는 축소, 피보험 단위기간 확대, 반복 수급 시 급여액 삭감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양대노총 위원장들은 정부의 개편 방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 삭감 또는 폐지, 기여기간 연장, 반복수급 수급액 삭감을 중점으로 한 반노동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부는 고용보험 개악을 당장 멈추고, 실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도록 하는 고용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부터 개선해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구조, 안정적이고 적정한 임금의 좋은 일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동시장 개악안으로 일하는 노동자에게 과로노동의 굴레를 씌우려고 하더니, 이제는 일터에서 내몰린 취약 노동자의 생존급여인 실업급여를 깎겠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고용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에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에 나선 참석자들은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이 자칫 저임금 노동자 등 약자만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발제를 맡은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는 "정부의 개혁은 명백하게 노동시장 주변부에 있는 노동자들을 겨냥한 개혁"이라며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거나 실업을 자주 경험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개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도 개혁 필요성을 얘기하려면 실업급여 제도에서 부정수급 같은 도덕적 해이가 상당한 정도로 심각하다거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는 제도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에 대한 근거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 교수가 지적한 지점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반복수급과 역전현상을 곧바로 제도 개편 필요성의 근거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노동시장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에 재취업률이 낮아지고 반복실업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복수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구직급여 수급자수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비율상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반복수급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도덕적 해이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분명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2021년 1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를 신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1.01.13. mangusta@newsis.com

또 고용안전망을 두텁게 하기 위해 고용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남 교수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면 고용서비스를 강화해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실업급여가 필요한 사람들은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못하다"며 "고용서비스 강화 없이 하한액 등을 문제 삼는 것은 취약 노동자에게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있으면 실업급여를 타려고 하지 않는다"며 "실업급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구직활동 기간을 주는 것이다. 만일 이를 짧게 하고 어떤 일자리라도 빨리 취업하라고 내몰게 되면 노동시장뿐 아니라 고용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도 "수급자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이 가장 많고 300인 이상 대기업이 가장 낮은데, 이는 1차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고용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라며 "정부가 하한액을 조정할 때 수급기간을 넓히지 않고 하한액만 조정하게 되면 사실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장 타격을 많이 받아 실업급여제도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연내 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 제도 개편 필요성 설명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6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예수금 10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조9000억원 상당이 마이너스인 상태다.

여기에 실업급여 하한액의 최저임금 연동으로 지난해 수급자의 73.1%가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고, 상당수는 최저임금 세후 소득보다 높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또 반복수급도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반복수급한 사람은 5년간 10만 명 이상으로, 최근 5년간 24.4% 증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원주 고용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장은 "아직 정부안이 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약자가 생활하는 데 크게 문제 생길 정도로 개편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보험 개편은 재정이 어려워지거나 부정수급 증가 때문만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현재 지급 체제가 외환위기 때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라며 "현재 하한액 적용 받는 수급자가 73%가량 되는데, 이것 자체가 원칙보다 예외적용이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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