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가짜뉴스 시상식'에 3000만 원 지원해준 언론재단
KBS에 근조화환 보내는 자유언론국민연합, 언론재단 지원받아
여권 의혹보도, MBC 바이든-날리면, 사드·4대강 보도 가짜뉴스 후보 올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보수성향 단체 자유언론국민연합이 개최하는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 포스터가 언론계에서 화제가 됐다. 토론회 내용은 여느 보수성향 단체가 개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후원자 명단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언론재단은 자유언론국민연합에 3000만 원을 지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이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 좌장은 김장겸 전 MBC 사장이며, 발제자는 최근 KBS 이사로 선임된 황근 선문대 교수다. 이밖에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토론자로 나선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올해 단체지원사업에서 자유언론국민연합에 3000만 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언론재단이 올해 단체지원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총 7억8841만 원이며, 사업별 평균 지원액은 1251만 원이다. 자유언론국민연합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받은 사업은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이달의 기자상이 유일하다. 단체가 내야 하는 '자부담률'도 낮은 편이다. 전체 사업 평균 자부담률은 20.9%지만, 자유언론국민연합의 자부담률은 15.6%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심사단과 선정위원회를 꾸려 '가짜뉴스'를 뽑고, 이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이달 31일과 11월16일 열린다. 또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가짜뉴스추방 공로자'를 선정해 기념 공로패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 만든 '가짜뉴스 시상식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이들이 생각하는 '가짜뉴스'의 기준이 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단체는 29일까지 가짜뉴스 선정 투표를 진행 중인데, 주로 현 정권에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는 보도가 후보에 올랐다.
이들은 일광횟집 논란 보도, 윤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논란 보도,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환자 병문안 논란 보도, KBS의 대통령 일장기 경례 오보, 천공 개입설 보도, 윤 대통령 방송장악 논란 보도 등을 가짜뉴스 후보로 선정했다. 또 4대강·사드 등 보수정권과 관련된 보도와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 MBC의 '검언유착' 사건 최초보도도 후보에 올랐다.
또 홈페이지에는 KBS 앞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KBS정상화투쟁'을 홍보하는 섹션이 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이 섹션에서 김의철 KBS 사장 사퇴 서명 홈페이지 주소를 안내하고, 근조화환을 보내는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주목할 지점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이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반복 강조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언론학계에서 비판받는 단어다. 정확한 개념 정립이 안 되어 있으며,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언론을 비판하는 용도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영국 BBC는 2018년 보도에서 “일각에선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목소리를 모두 '가짜뉴스'로 일축하면서, 언론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유언론국민연합의 가짜뉴스 사업에 3000만 원을 지원한 언론재단은 가짜뉴스라는 단어 사용을 지양해왔다. 언론재단은 2019년 2월 발표한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 보고서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모호성을 줄이고 허위정보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와 실수로 인해 발생한 잘못된 정보를 개념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언론재단은 '가짜뉴스'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언론재단은 5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설립했고, 세계 각국의 가짜뉴스 대응정책 보고서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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