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_비욘더게임] '2년의 동행'... 뜨거웠던 사랑, 따가웠던 이별

김형중 2023. 8. 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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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폭탄 발언이었다. FC서울의 안익수 감독이 19일 대구FC전 직후 자진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구단은 당혹스러웠지만 긴급 논의를 거쳐 끝내 받아들였다.

서울은 22일 오전 안익수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안익수 감독이 팀의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굳은 결심을 내비치며 사의를 표함에 따라, 고심 끝에 안익수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알렸다. 이어 “팀의 빠른 안정을 위해 김진규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해 27일(일) 울산전부터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9월 초, 안익수 감독은 강등권으로 좌초한 서울의 선장이 되었다. 그는 빠르게 선수단을 장악했고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끄집어냈다. 부임 당시 10위였던 성적은 파이널 라운드 B의 최고 순위인 7위까지 오르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팬들은 익버지, 익수그리스도 등을 외치며 새 감독을 찬양했다.

2022년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축구철학을 심는데 주력했다. 서울은 점유율을 높이고 빌드업을 기본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포지션도 파괴하는 패스 축구를 시도했다. 개막전 승리 후 7경기 무승 기간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명확히 선보였다. 기성용, 황인범 등 전현직 국가대표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점차 ‘익수볼’이 무르익었다. 당시 황인범은 "K리그에서 가장 세련된 축구"라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번번이 미끄러졌다. 잡아야 할 경기를 비기거나 지면서 결국 파이널 B로 떨어졌다. 축구 색깔을 확고하게 입혔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팬들의 불만은 커졌고 급기야 안익수 감독이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9위로 시즌을 마친 서울은 동계훈련 기간을 착실히 보내며 2023 시즌을 기대케 했다. 6월까지는 그 기대감이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2022 시즌 약점으로 지적 받던 득점력이 크게 오르며 한때 2위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자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임대생 황의조의 이탈 시기와도 맞물리며 내용과 결과 모두 잡지 못했다. 7월부터 지난 대구전까지 8경기에서 1승 3무 4패로 부진해 위기감이 증폭되었다. 순위는 4위였지만 파이널 B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으로 팬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안익수 감독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구단은 당황스러웠다. 깜짝 발언을 통해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달 받았다. 동고동락했던 2년의 시간을 마무리할 준비도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팀의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고심 끝에 그 뜻을 받아들이며 시즌을 잘 치르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성적을 떠나, 지난 2년 간 서울은 안익수 감독의 지휘 아래 뚜렷한 색깔을 지닌 팀으로 거듭났다. K리그 관계자들은 축구철학이 가장 명확한 팀으로 이구동성 서울을 꼽았다. 2년 간 고수해온 축구는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구단과 안익수 감독은 합심해 선수단 내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플레이어스 라운지를 개설해 경기 전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도록 했고, 홈 경기 자율출근제를 도입해 프로 선수로서의 권리와 책임감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팀 운영 방법은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또 프로 구단으로서 축구를 지역 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를 위해 팀 내 행정 파트와의 시너지를 지향했다. 안익수 감독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축구산업화의 발전적인 상황들, 산업화를 통한 마케팅 효과로 수익을 내고 유스팀의 성공을 시스템화 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모기업의 지원을 바라지 않고, 경쟁력을 끊임없이 지향해 가는 구단이 한국의 K리그1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것이 FC서울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의 발전까지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드 코치가 아닌, 국내에선 보기 드문 매니저형 감독으로서의 발언이었다.


그는 평소 축구팀이 고유한 색채를 지닌 후 완성도를 높이는 데까지 약 3년이 걸린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는 냉정히 말해 성적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팀별 전력 차가 현저히 나지 않고 리그 내 25%의 팀이 강등될 수 있는 환경에서 그 시간을 온전히 할애하기란 쉽지 않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단기적인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의 방향성을 잡았다. 지난 2년의 수확이다. 어떤 인물이 정식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을지는 모르지만, 구단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비욘더게임(Beyond the Game)은 경기 이상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글 = 김형중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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