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1∼2% 가능성 크지 않아…부동산 투자시 고려해야”
한은총재 “빚 내 집 사는 젊은 층 조심해야”
내년 성장률 전망 낮춰
“금융비용(금리)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거의 0%, (연) 1∼2%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투자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가 저금리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에 주의를 촉구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2%대 금리 다시 안 와…빚 내 집 사는 젊은 층 조심해야”
이 총재는 최근 가계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리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고,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회피하는 경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두 달째 가계부채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주춤했던 가계빚 증가세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분기(4~6월)에 주택담보대출만 14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1863조원이 됐다.
이 총재는 “걱정스러운 것은 집값 바닥 인식으로 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하는 것”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경험하지 못해서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샀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가계빚 급증 우려뿐 아니라 한미 금리 역전 격차가 커지는 등 경제 불안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은데도, 이날 기준 금리를 동결한 것은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2월, 4월, 5월, 7월에 이어 다섯 번째 동결을 했다.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정책금리를 4.25~4.5%에서 5.25~5.50%로 1%포인트나 올렸다.
다만,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이 총재는 6명의 금통위원 전원이 최종금리를 연 3.75%로 높일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부동산 띄워 성장’ 유혹 견뎌야”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을 띄워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시적 부동산 완화 정책을 조금 환수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대출 규제를 풀어줬는데 이제 다시 회수할 때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미시정책을 통해서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이후에도 시장 반응이 부족할 경우에는 거시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불황이 오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대출 내주고 부동산 띄우고 하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해왔던 그런 유혹을 견딜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제로(0) 성장이 되면 이걸 고치기가 어려운데, 정책 의지를 갖고 성장률을 올려 디레버리징(빚 줄이기)을 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4% 성장, 내년 자칫하면 1%대 성장
한은은 일단 올해 성장 전망은 지난 5월 예상한 1.4%로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 성장 전망은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은 2.2%로 낮췄다. 이 총재는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고, 이것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번 전망 시점인 11월엔 성장 전망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중국이 연일 금리를 낮추고 돈 풀어 경기 방어에 나설 정도로 하강세가 심상찮고, ‘상저하고(상반기에 부진하고, 하반기에 회복)’’라던 IT 경기 회복세도 아직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부진이 지속되면 올해 한국 성장률은 1% 초·중반(1.2~1.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은 조사국은 전망했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도 2%를 밑도는 1.9%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경기가 나쁘다?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만 나쁜가? 국제경제 다 마찬가지”라며 “1.4% 정도 성장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금리나 재정으로 보완할 상황은 아니고, 그렇게 해선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는 시기 상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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