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가면 비료 냄새'...인터넷서 장인,장모 비하하는 남편, 이혼 사유 될까?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8월 24일 (목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이경하 변호사

- 온라인상으로 사연자와 처갓집을 비하한 남편,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행동이 민법 제840조 제3호, 제4호의 이혼 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심히 부당한 대우'는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 높아 보여

- 혼인 기간이 2년으로 짧은 편, 자녀도 없기에 친정집에서 계속 지내면서 별거 생활을 유지하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 사유를 주장하시면서 소송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어

- 남편이 익명 사이트에 올린 게시글이 모욕죄나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그 게시글에 언급된 사연자님과 사연자님의 부모님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저와 남편은 댄스동호회에서 처음 만나서 결혼한, 2년 차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저와 남편은 집안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가지 않고 곧바로 직장생활을 했고요, 저희 부모님은 중학교만 나오신 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오셨죠. 반면에 남편과 시댁 어른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셨고, 경제적으로도 친정보다는 넉넉한 편입니다. 저희 신혼집도 시댁에서 전세보증금 2억 원을 지원해줘서 마련했고요, 친정에서는 예단비 7백만 원을 시부모님께 드렸어요. 저희 부모님은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서 자란 저를 가족으로 맞아준 남편에게 늘 고마워하셨고, 직접 기른 농산물을 부쳐주곤 하셨죠.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의 컴퓨터를 쓰다가 우연히 남편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을 발견했는데요, 그 내용을 보고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예단비 천만 원도 버거워서 빌빌거리는 집구석." "처가에 갈 때마다 비위가 상한다." "장인, 장모 곁에 가면 비료 냄새가 나서 토할 것 같다. "우리 집이랑 수준 차이가 너무 마는데 불쌍한 사람 거둬주는 셈 치고 같이 살고 있다." "학력이 중졸인 못 배워먹은 집안" 등 저와 저의 부모님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게시글과 댓글 수백 개를 익명으로 작성해 왔던 거 있죠. 그것도 무려 2년 동안이나 말이죠. 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친정으로 왔고, 현재 남편과 별거 중입니다. 남편은 계속 집에서 얘기하자면서 저를 설득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미 남편에게 모든 정이 다 떨어졌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합니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평소 남편과 저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왔고, 특히 남편이 저희 부모님께 깍듯하게 잘 대했습니다. 인터넷 게시글만으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본인에 대한 욕도 그렇지만 부모님에 대한 욕은 참기가 어렵죠. 사연자분이 남편이 인터넷에 사연자분의 친정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서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우선 민법에서 정하는 이혼 사유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이경하 변호사(이하 이경하): 민법은 자신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나 자신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를 이혼 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연자님 같은 경우 남편이 온라인상에서만 익명으로 욕설과 비하를 한 것이고 오프라인 상으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남편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행동이 민법 제840조 제3호, 제4호의 이혼 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심히 부당한 대우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평소 자신이 처갓집과 사연자님에게 잘 한 증거들을 제출해 소송에서 다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전형적인 가정폭력, 불륜. 이런 이혼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부부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부 상담 등의 조정 조치를 먼저 권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 조인섭: 그럼 민법 840조 3호, 4호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민법에서 이혼 사유로 인정하는 것 중에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하는 건 그럼 어떤 경우를 말하는 걸까요? 그리고 사연자분이 만약에 이혼을 하려면 어떤 점을 강조하는 게 좋을지도 알려주세요.

◆ 이경하: 여기서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고 함은, 배우자로부터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고, 혼인관계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사연자분께서 법원에서 부부 상담 등의 조정 조치 취하시더라도 부부 상담 과정에서 일관되게 이혼 의사가 확고함을 피력하시고, 남편의 익명 게시글이 단순히 이례적이고 단발적인 행동이 아니었고, 혼인 기간 2년 내내 지속된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 조인섭: 그렇죠. 그렇게 2년 동안 해온 거를 보고 혼인생활을 유지한다는 거는 사실 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어쨌거나 사연자분의 글을 보면 남편은 일단 집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하자라고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 이경하: 현재 남편과 별거 중이라고 하셨는데, 별거 기간이 길어지면 이혼 사유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즉, 불륜이나 가정폭력 등 전형적인 이혼 사유가 아니더라도 같이 사는 게 심히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사정이 있을 때,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는데요. 대법원 판례는 기타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건 부부 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반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보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 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 보장, 기타 혼인 관계 여러 사정을 두루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조인섭: 여러 가지를 다 보네요.

◆ 이경하: 네, 따라서 사연자분의 경우 혼인 기간이 10년, 20년 이런 게 아니라 2년으로 짧은 편이시고 자녀도 없으시기 때문에 친정집에서 계속 지내면서 별거 생활을 유지하신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 사유를 주장하시면서 소송을 유리하게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 조인섭: 그럼 남편은 모욕죄나 명예훼손, 이걸로 처벌 가능할지도 지금 궁금해하시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 이경하: 남편이 익명 사이트에 올린 게시글이 모욕죄나 명예훼손이 되기 위해서는 그 게시글에 언급된 사연자님과 사연자님의 부모님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게 풀어서 말씀을 드리자면 게시글에서 묘사된 사연자님과 사연자님의 부모님이 누구인지 그 게시글을 본 사람들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피해자 특정성은 그 표현의 내용이나 주위 사정들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남편이 익명 사이트가 아니라 다수의 동창 친구들로 구성된 네이버 밴드, 이런 곳에 게시글을 실명으로 올렸다면 그 게시글을 본 동창 친구들 입장에서는 사연자님과 부모님이 누구인지 충분히 특정되고 알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남편이 익명 사이트에 또 익명으로 작성한 게시글을 보면 사연자님의 부모님이 예단비를 천만 원 이하로 해주셨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다. 그리고 학력이 중졸이시다. 이런 점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고 이런 정보들만으로는 사연자님과 사연자님의 부모님이 특정되거나 알 수 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기 때문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하는 것은 힘드시겠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남편을 형사처벌받게 할 수는 없지만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경하: 위자료 청구도 가능합니다. 이혼 소송에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정폭력이나 불륜, 이런 통상적인 이혼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남편이 익명 사이트에 게시글을 올린 행위가 부부관계가 혼인 파탄에 이를 정도의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것을 입증하셔야 합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을 할 것 같은데요. 시부모님이 전세보증금 2억 원을 지원해서 신혼집을 마련했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재산분할은 어떻게 받으실 수 있을까요?

◆ 이경하: 우리 대법원은 재산분할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합니다. 혼인 기간, 자녀 유무, 유책 배우자가 누구인지 등인데요. 사용자님이 말씀해 주신 내용만을 두고 판단해 보자면, 일단 자녀가 없으시고 혼인 기간이 2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전세보증금을 정확히 반반 나눠 가지기는 조금 어려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재산분할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그러한 책임이 없는 배우자에게 물어주는 위자료로서의 성격도 가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연자님과 남편 사이에 혼인 파탄이 인정된다면, 그 혼인 파탄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잘 피력하신다면 전세보증금의 일부라도 분할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그럼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사연자분과 친정 부모님은 남편과 시부모님과 비교했을 때 학벌과 경제적인 조건들이 많이 달랐지만, 그동안 큰 문제없이 잘 지내오셨는데요. 우연히 남편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익명으로 처갓집을 비하하는 글을 올린 것을 알게 된 이후, 남편과 별거 중이십니다. 사연자분은 이혼이 가능할지를 물어보셨는데요. 전형적인 가정폭력이나 불륜 같은 이혼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부부 상담 등의 조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지만, 부부 상담 과정에서 일관되게 이혼 의사가 확고함을 피력하시는 게 좋겠다고 알려주셨고요. 또 친정집에서 계속 지내시면서 별거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소송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라고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또 한편 남편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남편이 익명 사이트가 아닌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면 사연자님과 부모님을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인정될 수 있겠지만 익명 사이트에 익명으로 글을 올렸다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하는 거는 힘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경하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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