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대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감사원 “내국세 연동 바꿔라”

내국세 20.97%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할당
학령인구는 줄어…교육청 돈 남아 돌자 현금성 복지
경북도교육청, 행정직 공무원에 노트북 나눠줘
전남도교육청은 교직원에게 무이자 대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의 20.97%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할당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투자된다. 경제가 성장해 세수가 늘어나면 시·도 교육청이 쓰는 예산도 따라서 증가하는 구조인데, 학령인구는 감소하는 중이다. 감사원은 현행 제도는 교육청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노인복지 등 다른 분야에 쓸 재원이 부족해진다며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에 가로막혔다.

감사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교부금 제도 개선에 힘을 싣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고등교육 1인당 교육비가 초·중등 교육비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와 한국 뿐이어서 정부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3조원을 투입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반대에 부딪혀 절반인 1조5000억원을 가져오는데 그쳤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2018~2022년 현금성 복지 사업에 3조5000억원 쓰여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교육교부금은 처음 배분된 63조2000억원 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15조7000억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세계 잉여금 정산분 5조890억원도 추가로 교육교부금으로 반영됐다

감사원은 추가로 지급된 교육교부금 상당 부분이 현금·복지성 사업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이같이 시·도 교육청 현금·복지성 지원사업에 쓰인 돈이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관내 학생 모두에게 ‘교육 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664억원을 나눠줬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2022년 ‘입학지원금’ 명목으로 초·중등 신입생에게 총 960억원을 지급했다.

경북도교육청은 교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과 교육공무직 등에 46억원 상당의 노트북을 나눠줬다. 전남도교육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 평균 300여명의 교직원에게 1인당 3000만원 이내, 총 346억원을 ‘무주택 교직원 주택임차 지원’ 명목으로 무이자로 대출해줬다.

강원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교직원 첫째 출산 축하금을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둘째는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셋째는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였다. 또 학교 교감 등에게 스마트단말기를 나눠주겠다고 600대를 구입했는데, 210대는 주지도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감사원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할당하게 되어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때문에 시·도 교육청들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수가 늘고 교육교부금도 늘어나는 만큼 학생 수도 증가하면 괜찮겠지만, 학령인구는 저출산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감사원은 “노인복지, 고등교육 등 다른 분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곤란한 제도”리고 지적했다.

◇감사원, 경상 GDP 증가율 만큼 교육교부금 증가시키는 개편안 예시로 들어

감사원 추계 결과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교육교부금은 2020년 49조9000억원에서 2070년에 222조6000억원으로 약 3.5배 증가한다.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891만원에서 9781만원으로 10배 늘어난다.

감사원은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만큼만 교육교부금 총 규모를 증가시키고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할 수 있는 개편안을 예시로 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교육교부금은 2070년 127조5000억원으로 1.6배 늘고,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은 같은 해 5601만원으로 5.3배 증가한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내국세 연동 방식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학령인구 감소, 국가 재정 여력, 복지 등 다른 분야와 재원 배분 불균형,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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