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손 잡은 '아랍왕자'…브릭스 회원국 확대 의미는
13년만에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이 총 11개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대일로(一?一路, 신실크로드) 주장 10주년을 앞두고 영향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던 상황에서 모처럼 시 주석이 자존심을 세웠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국영 CCTV는 14일 "브릭스 정상들은 새 회원국 6개국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브릭스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브릭스 회원국이 늘어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이 가입한 이후 13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을 늘려 G7(주요 7개국) 회의체를 능가하는 정치·경제 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브릭스 정상들은 외연을 확장한다는 원칙에는 대부분 동의했지만 확장 속도를 두고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인도와 브라질 등은 브릭스가 반(反)미국, 반서방 연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해 왔다.
정상들의 이견으로 예정됐던 공동 기자회견이 취소되고 회의가 지연되는 등 변수가 적잖았다. 진통을 겪었지만 브릭스 정상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6개 국가의 회원국 가입을 승인했다. 시 주석의 주장이 관철된 셈이다. 시 주석은 새 회원국 합류 발표 후 "브릭스의 확장은 이 블록의 협력 메커니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단합과 협력에 대한 브릭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가입국 면면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전통적 적대국인 이란을 포함, 최근 미국과 관계가 부쩍 불편해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갔다. UAE는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요구로 중단했던 자국 내 중국군 군사시설 건설을 은근슬쩍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에너지 부국들이 브릭스 가입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중국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점이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의 대표 철학인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이 바로 미국 영향력을 벗어난 에너지 공급망 확보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흔들리던 일대일로 철학도 한 차례 다잡을 수 있게 됐다.
다른 신규 회원국들도 모두 미국과는 '스토리'가 있다. 새 회원국이 된 이집트는 러시아와 전통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밀접한 미국과 오래전부터 불편한 관계다. 최근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요청을 거부하며 한 층 각을 세웠다. 남미의 자원부국 아르헨티나는 국가경제가 거의 고사상태인데, 이 여파로 친미정권이 축출됐다.
일단 브릭스 회원국이 확장되며 시 주석의 지배력이 일부 입증됐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브릭스엔 신규 회원국이 된 6개국을 포함해 총 20개국 가량이 신규 가입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레인과 알제리,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 가입을 희망했던 주요 국가들의 최종 가입은 일단 좌절됐다.
특히 브릭스의 빠른 외연 확대에 부정적이었던 인도는 끝까지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새 멤버가 됐지만 남미 반미진영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베네수엘라의 가입은 좌절됐다. 인도는 국제제재 대상국을 제외하거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는 등 허들을 세울 것을 끝까지 주장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역시 지속적으로 브릭스 외연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브릭스는 G7이나 G20(주요 20개국)의 대항마가 아니"라는 취지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정상들이 브릭스의 외연 확대에는 지지를 표했지만 확대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컸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절반의 성공에 이어 브릭스 내 지도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시 주석의 가장 큰 우호세력인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에서 사실상 전범 취급을 받으면서 활동범위가 크게 위축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브릭스 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또 다른 대국인 인도와의 관계 설정도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양국은 약 3500km 길이 국경을 맞대고 수시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멤버이기도 하다. 중국이 브릭스 내에서 영향력을 키울수록 인도는 발을 빼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선우은숙 "재혼 축하해준 안사돈, 나 평생 모실 뻔한 딸 생각한 듯" - 머니투데이
- 이다영 폭로 며칠 후…"김연경 선수님 감사합니다"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상간녀 데리고 효도여행 간 남편…"시부모에 위자료 받을 수 있나요?" - 머니투데이
- '美 출산' 안영미 근황에 '깜짝'…야윈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 - 머니투데이
- "8년 성폭행한 아빠, 내달 출소합니다"…또 소송하는 딸 사연 - 머니투데이
- 양현석, 2억대 명품시계 밀반입 혐의 부인…"국내서 받았다" - 머니투데이
- '토막 살인' 양광준의 두 얼굴…"순하고 착했는데" 육사 후배가 쓴 글 - 머니투데이
- '돌돌싱' 61세 황신혜 "더 이상 결혼 안 할 것…연애엔 열려있어"
- 구로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나가고 '스타필드 빌리지' 온다 - 머니투데이
- "4만전자 너무 했지, 지금이 줍줍 기회"…삼성전자 8% 불기둥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