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업종제한 풀었더니 출퇴근 정체까지 …"원룸도 꽉차"
LG화학·가스公 공장 건설 활기
근로자 늘고 협력사 입주 러시
주중에도 식당 단체손님 북적
반월·시화공단은 곳곳 노후화
"부대·편의시설 부족 가장 불편
젊은 산단 되려면 규제 풀어야"
윤석열 정부가 30여 년 만에 산업단지를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신산업 위주로 전환하고, 문화·편의시설을 늘려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간으로 바꿔 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산업화의 상징과 같았던 일부 산단은 급격한 노후화 속에서 업종 전환에 실패했다. 반면 신규 조성된 산단은 업종 제한을 덜 받는 새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에 정부는 업종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고 산단 개발의 주도권도 지방으로 이양하기로 했다. 독일 아우토슈타트가 자동차 공장과 테마파크가 어우러지며 연간 200만 관광객을 끌어모은 것처럼 한국에도 이런 지역을 만들어내려는 첫걸음이다.
지난 23일 오후 직접 찾아간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 기습 폭우가 쏟아진 날씨에도 산단 초입에 들어서자 화물을 실은 대형트럭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오갔다.
"산단 인근에서 원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석문산단에서 만난 A사 관계자는 최근 산단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대기업과 협력사들이 잇달아 산단 입주를 결정하면서 공사 현장 근로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유입 인구가 급증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석문산단이 이렇게 변한 데는 대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LG화학의 역할이 컸다. 가스공사는 2021년, LG화학은 지난해 석문산단 입주를 확정한 뒤 공장을 짓고 있다. 가스공사는 2025년 1차 가동을 목표로 축구장 25개 크기와 맞먹는 99만1735㎡(30만평)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LG화학도 23만8016㎡(7만2000평) 규모 용지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및 고성능 단열제 생산 공장을 만들고 있다. 준공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두 기업이 석문산단에 입주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업종제한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이곳에 건설하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은 신사업이다 보니 업종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입주를 못하다 정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도움을 받아 산단에 입주하게 됐다.
가스공사와 LG화학이 입주를 결정하자 협력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석문산단 내에는 업종별로 단지가 구분돼 있는데, LG화학이 속한 화학단지는 분양이 가장 먼저 완료됐다. 산업단지공단 당진지사 관계자는 "LG화학 협력사들이 석문단지 입주를 희망하지만 땅이 없다"고 전했다. 가스공사를 뒤따라 입주를 원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가스공사와 LG화학 입주 결정 이후에 생긴 변화도 크다. 2020년 6월까지만 해도 입주 결정 기업은 119개였지만 올해 6월에는 190개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석문산단 생산액은 2183억원에서 6955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액은 81억달러에서 234억달러, 고용은 651명에서 1494명으로 늘었다. 인근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는 분위기다. 산단 입구와 맞닿아 있는 마섬포구 앞 한 식당 주인은 "요새는 주중에도 산단 쪽 손님이 많다"며 "오늘 저녁에도 모 기업에서 회식한다고 단체 예약을 해놔서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경기도 안산시 반월·시화·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산단은 정반대 모습이었다. 산단이 조성된 지 길게는 36년에서 짧게는 17년이 됐지만 곳곳에서 노후화된 흔적이 묻어났다. 반월·시화산단 입주사들은 최대 애로사항으로 주차 공간과 편의시설 부족을 꼽았다.
반월·시화·시화MTV 산단에는 2만개 넘는 회사가 입주해 있지만 주차장 용지는 매우 좁고, 지하주차장이나 주차타워 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하철 노선이 추가된 반월산단은 대중교통 편의성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시화·시화MTV는 한 번 셔틀버스를 놓치면 1시간가량을 길거리에서 보내야 한다.
상업·편의시설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편의점을 이용하려면 산단 초입까지 가야 하고,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면 카페나 식당 등도 입주가 불법이다. 최철호 반월·시화산업단지 스마트허브경영자협회장은 "노후 산단의 공장 내 부대시설 범위를 분양 시점의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2030세대 등 젊은 인력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광섭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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