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투자사 5곳 2천억 횡령 … 정치권으로 뭉칫돈 흘러간 정황
기업과 손잡고 캄보디아 개발
자금 조세피난처 법인에 이체
회사 대표, 40억 임의로 인출
예상밖 사용처로 갔을 가능성
금감원 "수사기관이 밝혀야"
24일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상당수 기업에서 투자 자금이 횡령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라임이 투자한 돈이 단순히 부실 기업의 전환사채(CB)나 해외 리조트 매입처럼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들어간 것뿐만 아니라 피투자 기업에서 임원들 횡령이 판을 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사업에 투자된 1억달러다. 라임은 한 상장사와 손잡고 캄보디아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했는데 이 회사 이사가 투자금을 조세피난처 소재 법인 등에 이체해 횡령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이 회사 대표이사는 2018년 회사 자금 1000만달러를 허위 명목으로 홍콩 소재 회사에 송금하고 허위의 대여금 명목으로 40억원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 캄보디아 리조트 용지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분쟁에 휘말린 지역이며, 미 재무부는 라임이 대출해준 회사인 UDG(중국 투자개발회사가 지분 100% 소유)를 제재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해 라임의 투자자금이 해외에서 예상 밖의 사용처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임이 '중수익·중위험'을 내세워 집중 투자한 사모사채,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피투자회사 임원들은 투자받은 돈을 대부분 횡령했다.
2018년 라임펀드가 비상장 A사에 발행한 사모사채에 300억원을 투자했는데 A사 회장이 이를 인출해 276억원을 필리핀 소재 리조트 인수에 사용하며 299억원을 유용했다.
또한 B사 계열사가 발행한 CB에 라임이 70억원을 투자했는데 B사 대표이사는 50억6000만원을 본인 계좌에 입금했다. 2017년 라임펀드가 투자한 C사 BW 400억원 중 180억원은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 임원과 공모해 횡령한 정황이 발견됐다.
단순히 투자금을 일부 기업 대표나 임직원들이 횡령한 것이 아니라 라임·옵티머스 관계자와 나눠 가졌거나 혹은 정치권 등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수사기관의 수사로 밝혀낼 내용"이라면서도 "금감원 검사 결과 파악된 내용은 이미 검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앞서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 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그러던 차에 작년 금감원장으로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복현 원장이 임명된 이후 금감원 검사가 다시 시작됐다. 이 원장은 작년 6월 취임 첫날 라임펀드 사건 등과 관련해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부활한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서도 올 초부터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에서 라임·옵티머스 관련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지난 정부 때 이뤄졌던 수사가 미진하게 끝났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특히 이전 정권 주요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이름이 적힌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문건이 나왔으나 전임 정부 임기 중 검찰은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이번에 재수사를 하게 된 것은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 정황이 담긴 새로운 녹취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디스커버리 펀드를 들여다보면서 장 모 대표의 배임 혐의를 포착해 이를 새로운 실마리로 삼아 재수사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다.
[김제림 기자 / 최희석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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