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스타일로 바다 시 써줘" 했더니…그럴듯한 작품이 뚝딱
"나폴레옹·넬슨 누가 이길까"
애매한 질문에는 즉답 회피
20여년 쌓아온 빅데이터로
한국어 특화서비스 최대강점
향후 쇼핑·여행 부문과 연계
◆ 토종 AI 공개 ◆
네이버가 24일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 인공지능(AI) 모델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미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챗GPT를 내놓은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잇달아 AI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국 시장도 공략해왔다. 빅테크 서비스를 도입하는 국내 기업이 많아지면서 자칫 AI 주권을 빅테크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그런 만큼 하이퍼클로바X는 토종 AI 경쟁력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 검색, 커머스, 광고 등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5년간 1조원 넘게 투입해 만든 네이버표 생성형 AI 로드맵을 놓고 회사는 기업용 서비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한국어 특화가 강점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MS의 GPT-3.5와 비교해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게 강점이다.
우선 이날 네이버가 야심 차게 시장에 공개한 것은 '클로바X'다. 클로바X는 하이퍼클로바X를 백본으로 네이버가 만든 대화형 AI 서비스로, 이날 오후 4시부터 베타 버전으로 대중에 풀렸다. 기본적으로 질문을 하면 창작, 요약, 추론, 번역, 코딩 등이 가능한 다양한 답변을 제공받을 수 있어 오픈AI의 챗GPT와 거의 흡사한 서비스다. 영어가 강한 챗GPT와 견줘 클로바X는 상대적으로 한국어 대화 능력 면에서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했다.
클로바X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로 유명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스타일로 '바다'에 대한 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바다여, 너는 왜 그렇게/ 파란색인가?/ 너는 왜 그렇게/ 파란색으로/ 우리를 유혹하는가?'라는 시를 작성했다.
'나폴레옹과 넬슨이 육지에서 싸우면 누가 이기나'라는 질문에는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뛰어난 전략과 리더십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답했다. 즉답을 피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클로바X는 창조성이 강한 챗GPT보다는 정확성이 강한 구글 바드에 가까웠다. 챗GPT는 거짓에도 불구하고 창조적 답변을 하는 데 반해 구글은 난센스 같은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구글과 닮아 환각을 최대한 줄이는 미세조정인 파인튜닝을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클로바X에선 업무보고서나 자기소개서처럼 비즈니스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 것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맞춤형 식단 구독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투자제안서 초안을 써주세요'라고 하면, 클로바X는 서비스 소개부터 서비스의 특징과 장점, 시장 및 경쟁사 분석, 서비스 목표와 계획, 예상 수익과 투자 유치 계획 같은 항목으로 나눠 투자제안서 초안을 구성한다. 또 '해외영업 직무 신입 공채를 준비 중이야. 면접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면접관이 되어 줄래?'라고 하면 자기소개부터 지원 동기, 직무 관련 경험 등을 클로바X와 주고받는 '멀티턴(multi-turn) 대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클로바X는 하이퍼클로바X를 플러그인(Plug-in) 형태로 연동해 필요한 기능을 호출할 수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X를 통해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스킬(skill)'이라고 칭했다. 클로바X는 향후 네이버쇼핑이나 네이버 여행 등과 연계해 상품이나 장소를 추천하는 기능까지 탑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업 생산성 도구 '프로젝트 커넥트X'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협업툴에 AI가 접목된 서비스로, 일정 관리부터 초안 작성, 이메일 답장을 제안하는 등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디자인이나 코딩과 같은 전문적인 업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X가 탑재된 '클로바 스튜디오'도 눈에 띈다.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클로바 스튜디오에서 하이퍼클로바X에 결합해 저마다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다음달부터는 네이버의 차세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인 '큐:(CUE:)'의 베타 버전이 출시된다. '큐:'는 복합적인 의도가 포함된 복잡하고 긴 질의를 이해하고, 최신 정보를 활용해 입체적인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고민서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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