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우리도 알아야 할 우리의 자랑거리
코소보에 깔린 인터넷망
가능케 한 '녹색성장' 기금
특정 정부 연상된다고 외면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을 강타하던 7월 중순, 아프리카 말리의 에너지 및 수자원부 모디보 국장은 서울의 호텔 창밖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말리 수도 바마코에 이런 비가 내렸다면 틀림없이 대홍수로 이어져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뿐 아니라 역류에서 나오는 병균으로 역병이 돌고 교통이 마비됐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은 달랐다. 폭우 피해는 있었지만 도시는 마비되지 않았고 피해는 재빨리 복구돼 일상으로 돌아갔다. 대체적으로 원활한 하수 및 배수 처리 시설 덕이다. 이에 모디보 국장은 한편으로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희망을 느꼈다.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현재 말리의 수자원 시설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만난 그는 "서울을 보면서 우리도 이렇게 투자하고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희망이 보인다"고 전했다.
비슷한 얘기를 얼마 전 방한한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공무원들에게서도 들었다. 러시아 침공으로 반 토막이 난 자국 전기 시설을 전후에 복구해야 하는데 벌써 한국의 첨단 시스템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 채택하고 싶어한다. 이웃 유럽 국가들 모델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에너지 친화적이라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또한 9년 전 유럽의 빈곤 국가 코소보 외딴 마을에 브로드밴드 설치를 지원해줬는데 이 지원이 씨가 되어 지난 3월 전국망이 완결돼 국민 대다수가 초고속 인터넷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한국은 지구 곳곳에서 개발도상국 개발을 돕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한때 국제 원조 수혜국이었던 한국이 공여국이 돼 지난 수년간 개도국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많은 공여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중 돋보이는 것은 위에 언급된 프로젝트들을 지원한 한국녹색성장신탁기금(Korea Green Growth Trust Fund)이다. 필자가 비상임으로 컨설팅해주고 있는 이 기금은 2011년 한국 정부가 세계은행(World Bank)과 함께 설립하고 그간 1억600만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 196개 개발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세계 각국에 한국 경제발전 모델에 내포되어 있는 녹색성장을 확산하기 위해서였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유한 자산과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면서 고속 성장을 하여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 것이 녹색성장이다.
이 기금은 현재 세계은행에서 가장 인기 있고 성공한 기금 중 하나이며 개발 프로젝트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이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파한다. 한국의 경제·산업 발전 노하우를 녹색성장의 틀로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식 공공외교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도국들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위상이 강화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공헌하고 있는 글로벌 중추국가 모습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밖에서 이렇게 호평받고 있는 이 기금이 정작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출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후 정부에서 큰 관심을 쏟지 않은 것이 한 이유다. 사실 과거 정부에 많은 훌륭한 사업들이 있었으나 차후 정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외면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임 정부 사업에 대해 인색한 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개 해외에서 내려주는 평가는 훨씬 호의적이다. 결국 우리만 모르는 우리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외교부 문화협력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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