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진짜 공무원 최용호를 보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 전자금융거래법 제정, 금융위원회법 전면 개정….
지난 20여 년간 한국 금융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핵심 실무를 맡았던 그가 떠났다.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난 최용호 금융위원회 금융안전지원단장 얘기다. 금융위 한 동료는 "남들보다 짧았지만 남들보다 세 배는 더 일하고 떠난 최용호"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산병원에 마련한 빈소는 이렇게 많은 경제부처 전·현직 장차관들이 모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득 찼다. 최 국장과는 다들 여러 겹의 인연이 쌓인 터였다. 아마도 최 국장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가장 컸을 것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최용호를 안 써본 장차관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장차관은 없다. 그에게 맡기면 중간 체크를 따로 안 해도 될 정도로 꼼꼼하게 챙겨놨기 때문이다.
24일 발인식에 참석한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처럼 살았다면 이렇게 빨리 가진 않았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이건 순직"이라고 했다. 금융위 중요한 업무를 도맡다 보니 툭하면 밤을 새워가며 일했던 최 국장 얘기를 한참 했다. 이렇게 국가에 헌신했던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2014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 때다. 최 국장이 "규제 완화도 이런 사고가 한 번 터지면 아무 소용없다. 1년 동안 철폐한 규제 숫자보다 더 많은 규제가 단번에 만들어지게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늘 시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고민했던 그다.
그를 이렇게 추모하는 이유는 단지 일을 잘해서가 아니다.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을 몸소 보여줬던 관료였기 때문이다. 요즘 공직사회에서는 국가관을 얘기하면 꼰대 소리 듣는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최 국장처럼 묵묵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정책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무원도 수없이 많다. 장례식장은 그에 대한 추모와 함께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을 되새겼던 자리였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최용호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대비해 금융위가 길러온 몇 안 되는 소중한 자산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송성훈 금융부 song.senghun@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강남도 아닌데 몰려드네요...“집 없어 난리” 이 동네 무슨일이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그땐 왜 몰랐을까…돌싱男女, 이혼 뒤 곰곰이 생각한 ‘후회 1순위’ - 매일경제
- 정유라, 김윤아 오염수 규탄에 “안 창피한가? 공부 좀 해라” 일침 - 매일경제
- 한 달새 550,000,000,000원 늘었다…서민들 급전 창구된 카드사 - 매일경제
- “조만간 0%대로 뚝 떨어질 것”...전문가가 경고한 성장률, 이유는 - 매일경제
- “시신 분리 유기 인정하느냐” 판사 질문에 정유정의 소름돋는 답변 - 매일경제
- 펜션 샤워기 전기 흐르는데 테이프만 ‘칭칭’…투숙객 결국 감전 - 매일경제
- “고통 없다” vs “생체 실험”…美서 첫 질소가스 사형집행 초읽기 - 매일경제
- “1년에 한두명 사라져”...윤세준 日 실종 3달째, 실족사 가능성 제기 - 매일경제
- “오타니상, 제발 고장내지 말아주세요” 메츠 구단의 간절한 호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