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몸풀자, 김기현 적극 응원···“계급장 반짝반짝 달고 일하길”
비판 ‘연판장’ 참여 의원도 참석
‘수도권 위기론’ 속 달라진 분위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주최한 사단법인 창립 행사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나 전 의원과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지난 3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규탄 연판장 사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내년 총선에서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나 전 의원과 수도권 위기론 속 한 명의 유력 후보가 아쉬운 당 상황이 접점을 찾은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의 창립 포럼에 참석해 “그동안 지역에서 정말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면서 “그 내일을 함께 고민하는 전문가들과 싱크탱크를 만들어 앞으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단체 설립 취지를 밝혔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맡았으나 3·8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1월 윤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바 있다. 이날 출범한 단체는 성격부터 나 전 의원 이력과 관계가 깊은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 지도부가 참석했다. 최근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 전당대회 과정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안철수 의원도 얼굴을 비췄다.
참석 의원 여럿은 과거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 전 의원과 극한 갈등을 빚은 이들이었다. 앞서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직후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자 초선의원 50명이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며 연판장 낸 일이 있었다. 이들 중 구자근·김병욱·박성민·엄태영·윤두현·윤창현·전주혜·최영희·최춘식 의원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나 전 의원은 이후 지난 1월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대표는 축사에서 “우리 국민의힘 보수당의 아이콘, 최고의 리더”라며 “정말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이끌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포럼을 발족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나 전 의원을 추켜세웠다. 김 대표는 “그렇게 하려면 지금보다 배지가 필요하겠죠. 계급장이 있어야 일을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저는 나 (전) 의원께서 계급장을 멋지게 빛나게 반짝반짝 달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최선두에서 앞장서길 응원하겠다”며 공천을 암시했다. 권 의원도 축사에서 “나 (전) 의원을 여러분이 밀어주시면 더 대단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선거법 시비에 걸릴 수 있으니 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나 전 의원의 단체 창립을 두고 내년 총선 대비 몸풀기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나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은 여권 내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선 “수도권은 항상 위기이자 기회기도 하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선거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이고 저희 모두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이 수도권 (선거운동) 지원을 요청하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당에서 요청이 없는데 내가 이래저래 말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항상 당의 승리를 위해 늘 봉사할 자세는 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현재 서울 동작을 당협위원장이다. 과거 서울 중구와 동작을에서 여러 차례 당선된 바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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