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신저가' 떨어진 8월…월마트는 ‘신고가'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8.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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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소매기업인 이마트가 최근 증시에서 역사적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상장 후 고점 대비 약 7조원이 증발했다. 국내 유통시장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미국 소매기업 월마트는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시장에서 월마트의 미래 기대이익 대비 주가 수준은 이마트에 비해 2~3배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올해 들어 26.33% 하락했다. 이달 18일에는 상장 후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2011년 기록한 역사적 고점과 대비해서는 주가가 78% 내렸다. 이마트의 현재 시총은 약 2조원으로 12년 새 7조원가량 증발했다.

개미 외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이마트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이마트 주식을 순매도한 금액은 각각 230억원, 652억원으로 집계됐다. 60%를 웃돌았던 외국인 보유율은 28%까지 떨어졌다.

반면 미국 증시에서 월마트 주가는 연중 10.1% 상승했다. 이마트가 신저가를 기록한 반면 월마트는 이달 14일 역사적 신고가에 도달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지배적이었던 지난해 5월 저점에 비해서는 35% 올랐다.

같은 소매기업임에도 시장 지배력에 따른 성장 기대감 차이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가 오프라인·온라인 사업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이마트는 경쟁 심화로 기존 캐시카우가 악화되면서 양쪽에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간 펀더멘털 차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앞서 월마트는 미국 회계연도 기준 2분기(5~7월) 매출액으로 1616억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주당순이익(EPS)도 1.84달러로 같은 기간 4% 개선됐다.

월마트는 옴니채널(온·오프라인) 전략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온라인 배송과 오프라인 매장 내 픽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서비스가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 이번 분기 미국 내 전자상거래 매출액이 24% 늘었다. 제품 경쟁력도 있다. 월마트는 주요 제품 구성이 식료품이며 타깃 등 경쟁 업체보다 줄곧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해왔다. 월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물가 상황이 월마트의 수익성 강화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시대는 끝났을지 모른다"면서도 "소비자에게 비용 대비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영원하다. 월마트는 이 분야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월마트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 증가와 자체브랜드(PB) 상품 인기에 따라 연간 실적 추정치도 상향 조정하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오프라인 시장에서 월마트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월마트의 발목을 잡았던 악성 재고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 이번 분기 월마트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보다 8% 줄었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월마트가 호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전자상거래 사업의 견조한 모멘텀과 고마진 광고사업 호조가 있다"며 "현재 온라인 주문 중 50% 이상을 로컬 스토어에서 처리하고 있어 앞으로 광고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마트는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매출액은 7조27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7% 늘었지만 영업손실 530억원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할인점 사업에서 이익이 130억원 줄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이익 규모도 111억원 감소했다.

특히 온라인 사업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SSG닷컴과 G마켓에서 총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영업이익률은 -4% 수준이다. 이마트의 2분기 재고자산도 2조8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 증가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월마트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30배에 달한다. 반면 이마트는 10배 수준에 불과하다. 선행 PER이 높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미래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쿠팡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이마트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쿠팡은 올 2분기 매출액이 7조6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고 흑자도 기록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은 24.2%에 이른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메이저 유통업체들과 벌인 온라인 대결에서 쿠팡이 주도권을 확고히 하게 된 것은 명확하다"며 "쿠팡의 영업이익률은 2%를 넘어섰고 직매입 상품 거래액은 연간 25조원으로 이마트 할인점 매출액의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 수익성이 얼마나 빠르게 강화되느냐를 주가 반등의 열쇠로 꼽는다. 판매관리비 등 비용 지출 절감도 중요하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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