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금 '상품권'으로 돈세탁
"대출해주겠다" 미끼로 접근
피해자에 사업자 등록 유도
계좌 입금된 범죄수익금으로
백화점상품권 대량구매 지시
상품권 현금화해 해외로 송금
백화점 상품권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82억원을 세탁한 뒤 해외로 송금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피해자에게서 수거한 돈이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가는 과정을 국내 수사기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해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1차 수금책 일당 39명, 중간 수급책 일당 13명, 송금책 일당 13명 등 6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2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이들에겐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에게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는 미끼 광고로 접근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거래 실적을 올리면 신용등급이 높아져 '작업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였다.
개인은 100만원어치 한도의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지만 사업자 등록증과 신분증 등만 있으면 백화점에서 별다른 제한 없이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개인사업자 등록증은 간단한 개인정보 제출만으로 하루 만에 발급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업자 등록증을 통해 발급받은 계좌로 범죄수익금을 받은 뒤 상품권을 구매하는 신종 방식으로 돈을 세탁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억 단위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백화점을 미리 알아봐라" "혹시 은행에서 무슨 돈이냐고 연락이 오면 지인에게 빌린 사업 자금이라고 해라" "판매원에게는 거래처와 고객 접대용으로 구매한다고 말해라" 등 상품권을 매입하고 다음 수급책에게 건넬 것을 지시했다.
공범이 상품권 구매 자체를 가장해 돈을 세탁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상품권 매매소 5개를 차린 뒤 30억원을 공범 계좌로 반복해 이체하며 송금책에게 넘겼다. 이들은 실제 매매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거래명세표를 만들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거래를 가장한 대화를 나누는 등의 수법을 썼다.
이렇게 돈세탁을 거쳐 마련된 현금은 송금책 일당이 서울 중구 명동에 차린 해외직구 대행 사무실을 통해 해외로 송금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보이스피싱 피해금 82억원을 외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보내고 수수료 5억원을 챙겼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신종 수법에 대해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백화점 등에 내용을 공유하고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자마자 첫 거래로 거액의 상품권을 거래하는 경우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논의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고액 알바나 대출을 미끼로 일반 시민까지 범행 수단으로 활용한다"며 "일반 시민도 자칫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쉽게 포섭돼 공범으로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금 수거책은 고수익 알바, 간단한 재택 알바 등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했는데, 비정상적 대출로 현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보이스피싱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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