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시장 한파 뚫고…국민연금·교공, 수천억대 투자 회수
지분 30% 1조1000억에 매각
원금보다 가치 3.5배 인정받아
우본·군공, 수천억 돌려받아
말레이 연기금 등 해외 분배도
남은 지분 팔땐 추가수익 기대
국내외 자본시장이 냉각된 와중에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공제회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회수했다.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를 통해 투자한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퍼스트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2대 주주로 맞이하면서다. IMM PE는 여전히 지분 70%를 보유한 상태라 에어퍼스트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기관투자자에게 돌려줄 전망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IMM PE와 블랙록인프라스트럭처는 에어퍼스트 지분 30% 매매 거래를 완료했다. 블랙록은 IMM PE에 에어퍼스트 주식 매입 대가로 약 1조100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25일 이번 매매 대금과 자본구조재조정(리캡)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합쳐 1조2000억원을 출자자(LP)에게 분배할 예정이다.
에어퍼스트 인수에 참여한 국내외 LP 중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가 가장 큰 규모로 회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LP는 각각 2000억원 이상을 분배받는다. 우정사업본부는 1000억원 이상, 군인공제회는 600억원을 돌려받을 전망이다. 해외 LP 중에선 말레이시아 근로자공제기금(EPF)이 1000억원 이상, 말레이시아 국영연금공단(PNB)이 250억원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이번 에어퍼스트 거래는 인수·합병(M&A) 시장 침체 중에 이뤄진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일경제 레이더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반기 경영권 거래 시장(50억원 이상)은 금액 면에서 역성장했을 뿐 아니라 전체 거래 건수도 30% 이상 줄었다. 국내 M&A 시장의 주요 축인 PEF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속도를 조절하면서 PEF에 출자한 기관도 투자금 회수와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IMM PE가 연환산 내부수익률(IRR) 39%에 달하는 매매에 성공하면서 기관투자자는 자금 운용에 일부 여유를 갖게 됐다. 에어퍼스트 지분 30%는 4년 전 IMM PE 인수 당시보다 3.5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IMM PE는 4년 전 인수 당시의 투자 원금 이상을 이미 되찾았으며 잔여 지분 70%를 통해 향후 더 많은 수익을 LP에게 남겨줄 수 있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에도 고수익을 기록한 만큼 향후 시장 정상화 후에 잔여 지분 매각을 시도한다면 더욱 높은 수익률을 노려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반도체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에어퍼스트도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대부분 반도체 업체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AI용 반도체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1년 약 6000억달러에서 2030년 70% 증가한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IMM PE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용 가스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인수 후부터 생산능력 제고에 집중해왔다. 2019년 독일 린데 한국사업부를 사들인 뒤 지금의 에어퍼스트로 사명을 바꾸고 사업개발팀 보강과 시공 자회사 에이에프이엔씨(AF E&C) 신설을 단행했다. 이후 삼성전자 평택공장 프로젝트 수주 등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에서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9년 1043억원에서 지난해 1420억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9억원에서 6031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블랙록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르면 연말 삼성전자의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들어설 가스 설비 수주전이 시작되는데, 협업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블랙록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5.03%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 현지에서 에어퍼스트·IMM PE와 함께 수주 성공을 위한 공조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에어퍼스트는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 3년 내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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