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현금 앞세운 獨해운사 참전에…HMM 인수전 '술렁'
세계 5위→3위 선사 도약 노려
국적선사 해외매각 우려에
산은, 본입찰 기회줄지 관심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파크로이트가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예비입찰에 유일한 외국계 후보로 참여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남은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 일각에선 국적 해운업체를 해외에 넘겼을 때 국내 기업이 지불해야 할 해상운임 상승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하파크로이트에 본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하파크로이트는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최근 진행한 HMM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업체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LX그룹, 동원그룹이 응찰한 가운데 해외 기업으로는 하파크로이트가 유일하게 들어왔다. IB업계 일각에선 하파크로이트가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보유 현금을 앞세워 여러 후보 중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파크로이트는 독일 최대이자 글로벌 5위 컨테이너선사다. 1847년 설립 이후 지속적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2000년대 이후만 해도 2005년 캐나다 선사인 시피십스(CP Ships)와 합병했으며, 2014년 칠레 선사인 CSAV의 컨테이너운송사업부, 2017년 두바이 소재 UASC를 인수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현재 컨테이너 선박 258척을 운영 중이며 선복량은 190만TEU에 달한다.
IB업계에 따르면 하파크로이트는 HMM 인수를 통해 세계 시장 순위를 3위권으로 올린다는 포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가 합치면 운영 선박 341척에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이 돼 1, 2위 업체인 MSC, 머스크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하파크로이트가 운영하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는 HMM도 가입돼 있다. 이에 따라 하파크로이트는 HMM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비용 절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부터 해외 매각 계획이 없던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파크로이트의 인수전 참여로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파크로이트 홈페이지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이 회사가 6월 기준 보유한 현금은 100억달러(약 13조원) 수준으로 1조5000억원 이하의 현금, 현금성자산을 가진 경쟁 후보를 압도한다. 제시 금액 기준을 위주로 입찰이 진행됐을 때, 무난히 본입찰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하파크로이트가 HMM 인수에 성공했을 때,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하파크로이트에 HMM을 매각한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 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와 같은 정보자산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자산의 해외 유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일각에선 하파크로이트 응찰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인수 목적보다는 실사 과정에서 HMM 정보를 보다 면밀히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 발표 후 본입찰 일정을 통보해야 하는 매각 측이 하파크로이트를 포함할지 주목받는다. M&A업계 일각에선 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결합 승인 이슈 등에 대한 배점을 높여 외국계 선사의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장에선 자본시장이 냉각된 현시점에 1조원 영구채 주식 전환 계획까지 밝히며 HMM 매각을 추진한 결정이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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