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두달만에 비행기 추락사 …"절대권력에 격추 당한 프리고진"
비행기 추락으로 결국 숨져
모스크바 흔든 무장봉기에
굴욕 당한 푸틴, 복수 나선듯
내년 3월 러시아대선 앞두고
자국 엘리트에 경고 메시지
바이든 "놀랍지 않아" 시큰둥
지난 6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해 무장 반란을 시도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지 2개월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정확한 사고 경위가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한 보복 우려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거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며 "초기 조사 결과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 인원 10명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쿠젠키노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약 300㎞ 떨어진 지역이다.
이후 항공 당국은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혀 프리고진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 그와 함께 숨진 우트킨은 프리고진의 최측근으로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에도 항공기 추락을 둘러싼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추락한 전용기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이 있다는 러시아 당국 발표만 나왔을 뿐 전용기가 추락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친(親)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 역시 러시아군 방공망이 바그너그룹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아직 러시아 당국이 사실을 확인하거나 서방 정보기관 등이 신뢰성을 점검하지 않은 정보다. 격추설과 함께 기체 고장 때문에 추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 항공기 정비나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적절한 부품을 쓴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사고 경위를 떠나 프리고진의 의문사는 두 달 전 모스크바를 뒤흔든 무장 반란 때문에 응징을 당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영국 정보 당국자는 프리고진 일행이 탄 전용기 추락이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행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당연히 푸틴 대통령이다. 우두머리로서 푸틴 대통령은 그가 당했던 굴욕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의 죽음으로 푸틴 대통령의 존재감은 다시 굳건해졌다.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시도해 '반역자'로 찍힌 지 두 달 만에 숨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프리고진 의문사에 대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엘리트에게 자신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러시아에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점과 이번 사고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이 탑승한 항공기가 추락하는 영상이 텔레그램 등으로 삽시간에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엘리트를 향한 경고"라고 더타임스는 진단했다.
바그너그룹도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그너그룹 활동의 수혜자이자 후원자 역할을 해온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을 대신해 조직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프리고진 사망 소식에 사실 여부를 단정 짓지 않으면서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며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재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이들 많은데, 뷔페 테이블에 초콜릿 비키니女”…伊 리조트에 분노 - 매일경제
- “청소만 잘해도 월 900만원 법니다”...김과장 퇴근길에 찍고 간 곳은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와~한국 완전히 망했네요”…세계적 석학 머리 부여잡은 이유 - 매일경제
- “자궁에 귀신 붙었다”…좁은방서 여성 앉혀놓고 40대男이 한 짓 - 매일경제
- “이거 실화냐?”…1채당 990만원, 18채가 동시 거래된 이 동네 - 매일경제
- “이혼한 엄마 아프다” 6년간 입대 미룬 20대男...법원 판단은 - 매일경제
- “유사 성행위까지 생방송”…태국서 ‘나라망신’ 유튜버, 구속 기소 - 매일경제
- “후쿠시마 생선 먹겠다”는 주일 미국대사…중국은 수입 전면 중단 - 매일경제
- 무려 4시간 ‘그 짓’ 하던 카페 변태男…결국 자수 - 매일경제
- 찬란한 재능-> 징역 6년 구형-> 서준원,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최악의 수치 됐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