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추상부터 비디오아트까지···70년 '실험미술' 한곳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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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아방가르드는 없다.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휠체어에 앉은 아흔을 바라보는 작가의 발언은 그의 등 뒤에 걸린 작품 만큼이나 셌다.
한국 실험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24분의 1초의 의미(1969)'와 여러 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제작한 콜라주 기법의 '음과 양' 평면작업, 오브제 등 새로운 방법론을 끝없이 발굴하는 작가의 왕성한 호기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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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양' 신작 2점도 최초로 공개
작품 설치 갈등에도 실험성 기대↑
현대미술관서 내년 2월 12일까지
“이곳에 아방가르드는 없다.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휠체어에 앉은 아흔을 바라보는 작가의 발언은 그의 등 뒤에 걸린 작품 만큼이나 셌다. 작가는 “과거에는 작품이 실험적이라는 이유로 설치 됐다가 철거 됐지만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설치 자체도 하지 못하게 될 줄 몰랐다”며 “사실상 고리타분한 것만 늘어놓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술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실험 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대규모 개인전이 25일 막을 올리는 가운데 작가가 전시 프리뷰 기자 간담회에서 전시를 진행한 미술관과 갈등을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작가는 “행정적인 문제로 작가가 원하는 작품을 설치하지 못했다”며 “이럴 바엔 현대미술관을 근대미술관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서 8월 25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김구림의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서울관 6, 7전시실에서 열리며,1950년 대 후반 평면 추상부터 2020년 대 ‘음과 양’ 연작까지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230여 점을 총망라한다. 한국 실험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24분의 1초의 의미(1969)’와 여러 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제작한 콜라주 기법의 ‘음과 양’ 평면작업, 오브제 등 새로운 방법론을 끝없이 발굴하는 작가의 왕성한 호기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전시 준비 과정에서 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가 문제가 됐다. 작가가 대형 수조에 얼음을 넣고 가스 파이프를 설치해 얼음이 녹는 과정을 보여주는 수조 설치 작업과 미술관 건물을 천으로 묶는 대형 설치 작업을 요구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작가는 “70년 대 진행한 광목 천으로 미술관을 묶는 행위를 재연하려고 했는데 큐레이터 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난색을 표한 미술관 측의 설명도 이해가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은 등록문화재 375호 근대문화유산으로 미술관을 묶는 등의 설치 작업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 통과 등 소요시간을 고려하면 25일 개막까지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것. 미술관 측은 “해당 전시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지난해 12월로 작품 출품과 관련해서는 3월부터 논의가 시작됐다”며 “작가가 해당 작품에 대해 언급한 시점은 6월 20일로 시간상 도저히 행정적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수조 작업과 관련해서는 “작가가 요구한 수조 규모가 가로·세로 각각 5m 규모로 여기에 물을 담으면, 미술관이 하중을 견딜 수 없어 안전 문제 때문에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실험성이 돋보인다. ‘캔버스에 이미지만 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작가의 말처럼 도전적이다. 6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초기작인 1960년 대의 추상 회화, ‘회화68’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제작한 한국 최초의 일렉트릭 아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작품은 제작 시기가 무색할 만큼 세련됐다. 대규모 개인전이지만 과거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의 쉬지 않는 열정이 느껴지는 신작 2점도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음과 양, 자동차’는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해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음과 양’ 비디오 설치 작품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시간, 지역, 사건의 요소에 대해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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