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도, 성장률도 ‘불확실성’ 더 커졌다는 한은… 시장은 “긴축 기조 후퇴”

박소정 기자 2023. 8. 24.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월 한국은행 금통위 연 3.5% 기준금리 동결
‘불확실성’ 탓 무엇 하나 뚜렷해지지 않은 통방
“금리 인하? 시기상조, 오히려 인상 논의 초점”
“성장률 전망, 10월 돼야 조정 여부 언급할 듯”
시장 “미세하게나마 무게중심 물가→성장으로”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월 단 한 차례만을 제외하고 금리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한은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세’가 유지되는 등 뚜렷한 추가 인상의 명분이 없기에, 또다시 “지켜보자”는 데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중국발(發) 부동산 리스크의 여파,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 국내 가계부채 급증세 등 ‘불확실성’이 커졌단 내부 인식을 내비쳤다. 한은은 금리 인하 자체에 대해 논하기는 아직도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추가 인상’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도 1.4%라는 종전의 전망치를 유지하긴 했지만, 오는 10월쯤 조정 여부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미세하게나마 한은의 ‘긴축 기조’가 후퇴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물가보다는 경기 문제 쪽을 통화 정책 결정 요소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리가 올해 3분기를 고점으로 점차 하강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5연속 동결 한은, 美·가계부채로 인상 여지 남겨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4·5·7월에 이어 다섯 번째 금리 동결이다. 한은이 가장 우선순위 목표로 두고 있는 ‘소비자 물가 안정화’ 흐름이 이달에도 지속되면서, 물가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차단된 모양새다. 7월 기준 물가 상승률은 2.3%로 낮아졌다. 이달부터 다시 3% 내외에서 등락할 조짐을 보이기는 하지만 한은이 충분히 예상한 경로다.

앞서 금통위는 치솟은 물가를 목표 수준(2%)까지 안정화하겠다며 2021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3.5%로 거의 쉼 없이 올렸다. 그러다 올해부턴 누적된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3분기 동안 딱 한 차례만 금리를 올렸다. 참고로 오는 9월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쉬어간다.

기준금리 동결 기간이 길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한 한은의 시각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 논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금리 인하에 대해 얘기하기는 너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금리 수준을 연 3.75%로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유지했다. 한 차례 금리 인상 여력을 여전히 남겨둔 것이다. 이를 결정 지을 변수로는 우선 미국의 긴축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혔다. 이 총재는 “8월 잭슨홀 회의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로 (긴축 기조가) 오래 갈지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도 있다”며 “환율에 따라 물가 변동성까지 함께 커진다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들어 재부각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급증 양상이다. 이 총재는 “‘집값이 바닥을 쳤으니, 대출을 받자’는 인식이 형성된 영향, 50년 만기 대출 등을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회피한 ‘꼼수 수요’의 영향 등으로 가계부채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지난 2개월 동안 너무 많았다”며 “이런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지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를 상방으로 올리는 선택지를 남겼다”고 했다. 집값 반등 기대감에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올 들어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왼쪽부터)박경훈 모형전망팀장, 박창현 물가동향팀장, 최창호 조사국장, 김웅 부총재보, 김민식 조사총괄팀장, 윤용준 국제무역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전망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中 부동산 리스크, 성장률 전망은 일단 내년만 하향

이날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서도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한은의 고민이 엿보였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해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인 1.4%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내년도 전망치에 대해서는 기존 2.3%에서 2.2%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이런 시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위안양(시노오션) 등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촉발된 불안이 중국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요소를 추가로 반영해 내년 성장률을 소폭 내려 잡은 것이다.

단 올해 성장률을 유지한 이유에 관해 이 총재는 “부동산 이슈로 한은이 생각했던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어려워졌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시차를 가지고 영향이 나타날 텐데, 올 한해가 겨우 4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어떤 충격이 있더라도 성장률을 크게 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10월 금통위 때 해소될 것 같다”며 “올해 말까지 성장률이 변화가 있을지는 그때 가서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은 이와 별도로 ‘중국발 부동산 부진 장기화 시나리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내놨다.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각각 1.2%, 1.9% 수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 리스크’로 2년 연속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시장 “‘긴축 기조’ 후퇴 감지… 금리 3Q가 고점”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한은의 ‘긴축 기조’가 상반기보다 후퇴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의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응에는 미시적 정책 대응이 우선이고, 타국 대비 한국의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발언하는 등 조금씩 (물가에서) 성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는 점을 크게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 하강을 감수해서라도 물가 안정에 총력 한다’는 기존 의지와 다소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통방문에 ‘향후 성장 경로상에는 중국 경제 향방 및 국내 파급영향,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IT 경기 반등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란 경기 판단 근거로 볼 때 점차 통화 정책의 결정 배경에서 물가보다 경기로 시선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다”며 “금리가 3분기를 고점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