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 '파월의 입' 주시하는 금통위···李 "최종 3.75%까지 열어둬야"
美 긴축 장기화·中 침체 우려 속
가계빚 부담 불구 경기회복 초점
"금통위보다 잭슨홀이 뉴스 될 것"
파월 발언따라 환율변동 커질수도
가계부채 6·7월 6조씩 급증하자
연내 인하보단 인상 가능성 무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또 동결한 것은 미국이 몇 번 더 금리를 올릴지, 중국 경제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예측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다.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를 3.75%로 더 올릴 수 있다고 한 것이나 이창용 총재가 “연내 인하보다는 오히려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말한 것도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다.
문제는 당장 25일(한국 시간)로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점도표다. 이 총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탄탄해 고강도 긴축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중국 경기가 갈수록 나빠져 경제가 꺾이더라도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는 딜레마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재의 관심도 처음부터 미국에 쏠려 있었다. 이 총재는 회의 시작 전부터 “금통위보다는 잭슨홀이 더 뉴스가 될 것 같다”고 말하더니 금리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도 “잭슨홀 미팅에서 훨씬 더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연속 금리 동결을 선택한 금통위원들이 인상 소수 의견을 내지 않고도 추가 인상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도 미국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9월 FOMC에서 시장 예상보다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린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금통위도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재는 “잭슨홀 미팅이나 9월 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되고 어느 정도로 오래 갈지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에 따라 물가 변동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통위는 9월 회의가 없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당분간 시장 개입 등 단기적 조치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9~10월 나타났던 환율 급등과 외환보유액 급감 등 불안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가 1322.6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7.1원이나 급락했으나 불안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증가 전환하더니 6월과 7월에는 각각 약 6조 원 규모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가계부채 대응은 한은보다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통화정책보다는 당국의 거시 건전성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우려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보다는 정부와 당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 성격으로 볼 필요가 있다.
주목할 것은 한은이 다른 전망은 모두 그대로 둔 채로 내년 성장률만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앞으로는 통화정책 관심사가 물가보다는 성장으로 조금씩 옮겨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3.5%, 내년 2.4% 모두 손대지 않은 것은 물가가 예측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물가가 많이 안정된 편”이라며 자신감마저 드러냈다.
성장 변수는 단연 중국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3%에서 5.0%로 낮추면서 우리 성장률 전망은 1.4%로 유지했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중국 부진을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5%까지 떨어질 경우 우리 성장률도 최저 1.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합하면 우리로서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중국의 경기 침체가 동반해 나타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날 이 총재도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오래가면 우리에게는 딜레마가 된다”며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가계부채도 조정됐을 때 실물경제를 고려해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미국이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상충 관계가 일어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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