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명이 1만년 쓸 에너지원 가득… 빅테크까지 `달 정복` 러시

이준기 2023. 8. 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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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찬드리얀, 물·얼음 등 탐사
일본 '아이스페이스' 재도전 추진
한국도 2031년 착륙선 발사 목표
민간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박차
달 남극에 착륙하는 찬드라얀 3호 모습(ISRO 웹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제공

"달에 매장된 헬륨-3만 봐도 충분히 해볼 만한 장사다. 70억 인류가 1만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이 달에 있다."

인도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가운데, 달 정복을 향한 우주 선진국과 우주 신흥국 간 경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달 정복에 나서는 데는 달에 매장돼 있는 희토류와 헬륨3 등 풍부한 자원 선점을 위한 전략적 행보에서다. 19세기 미국 서부로 몰려 들었던 '골드 러시'가 무대를 달로 옮겨 '문 러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인도 우주연구기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인도는 이로써 미국과 옛 소련, 중국에 이어 달 착륙에 성공한 네 번째 국가가 됐다. 달 남극에 착륙한 것은 인도가 처음이다. 세 국가는 달 적도 근처에 착륙했었다.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착륙하기 사흘 전인 지난 20일 러시아의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는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달 착륙에 실패했다. 우주 신흥국인 인도가 전통적인 우주강국인 러시아의 자존심을 구겨놓은 셈이다.

달이 매력적인 것은 헬륨-3라는 차세대 에너지 자원 때문이다. 헬륨-3는 탄소 배출이나 방사능 오염 등의 걱정이 없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약 1g으로 석탄 약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과학계는 지구에는 없는 이 물질이 달 표면에만 약 100~200만t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인류가 약 1만 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에너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헬륨-3를 지구로 가져와도 핵융합 기술이 완성돼야 한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가 투자한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2028년부터 핵융합 발전소를 가동, 헬륨-3를 활용한 새로운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헬리온 에너지와 2028년부터 핵융합 전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첫 번째 고객이 됐다.

인도의 달 탐사 저력은 이전부터 우주 선진국을 능가할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지난 2008년 인도의 첫 달 탐사선인 찬드라얀 1호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해 달 표면에 물 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달 남극의 얼음층 존재 가능성도 찬드라얀 1호가 밝혀낸 것이다. 비록 2019년 발사한 찬드라얀 2호는 달 궤도 진입 이후 착륙선과 교신이 끊겨 착륙에 실패했지만, 찬드라얀 3호 성공으로 다시 한번 저력을 입증했다.

반 세기 만에 재점화되고 있는 달 정복 경쟁은 이미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과 중국 등 우주 선진국뿐 아니라 민간 우주 기업까지 참전하면서 새로운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통해 2025년까지 사람을 달로 보낼 예정이다. 지난해 우주선 오리온을 달 궤도에 보낸 데 이어 내년에는 사람을 태운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다.

중국은 2019년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처음으로 달 반대쪽에 착륙시켰고, 이듬해인 2020년에는 창어 5호를 보내 달 표면의 흙 등 시료를 갖고 돌아왔다. 내년에는 인도처럼 달 남극을 탐사하기 위해 창어 6호, 7호를 각각 발사해 문 러시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달 궤도선 '다누리'를 보낸 이후,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우주기업 역시 '문 러시'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우주기업의 양대 산맥인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선정돼 달 탐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블루오리진은 이미 2019년 달 착륙선 '블루문'을 선보였고, 2030년까지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에 착륙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달 착륙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일본의 우주기업인 아이스페이스는 지난 4월 달 탐사선 '하쿠토R- 미션1'을 달에 착륙시키려다 통신이 끊겨 실패했다. 이스라엘의 비영리 기업인 '스페이스일'의 탐사선 '베레시트'는 2019년 4월 달에 착륙을 시도했다가 엔진 결함으로 실패했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는 달 탐사를 위한 로켓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은 "달을 향한 각국 간, 글로벌 우주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은 자원 채굴, 달 기지 건설, 달 관광 등을 통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우주탐사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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