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끊고 새벽운동까지 …'팀 코리아' 이 악물었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3. 8.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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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 게임 … 국가대표들의 각오
1140명 역대 최대 규모 파견
목표는 日과 격차 좁힌 3위
오전 0~5시 인터넷 금지
2주에 한번 산악 훈련 부활
장재근 촌장 "집념 일깨워"
24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서 태권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저우에 태극기를'. 2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배너가 곳곳에 있었다. 다음달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국가대표 선수들은 새벽부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서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대한체육회는 아시안게임 개막 30일을 앞둔 이날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메달 유망 종목 주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45개국 1만2500여 명의 선수단이 40개 종목 483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펼친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39개 종목, 1140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날 대한체육회가 제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목표는 금메달 45~50개, 종합 3위였다. 2000년대 이후 치러진 아시안게임 5개 대회 중 4차례나 종합 2위에 올랐던 걸 감안하면 목표를 낮게 잡은 셈이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9개로 일본(금 75개)에 크게 밀려 24년 만에 종합 3위에 그쳤다. 코로나19에 따른 훈련 감소, 세대교체 등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에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보다 일본과 격차를 좁힌 종합 3위를 현실적인 목표로 내걸었다.

땀 흘리는 선수들의 각오는 다부졌다. 지난해 펜싱 세계선수권 여자 에페 2관왕을 달성했던 송세라는 작은 체격을 언급하면서 "키는 작아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탁구 간판 신유빈은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돼 선발전을 다시 치러 국가대표가 됐다. 운 좋게 기회를 얻은 만큼 열심히 준비해 언니들과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진천선수촌의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은 "새벽 훈련을 모든 선수가 매일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식으로 강화했다. 그리고 산악 훈련을 부활시켜 2주에 한 번 한다"고 말했다. 또 새벽 시간대(0~5시)에 선수촌 숙소 내 인터넷 와이파이도 차단시켰다. 장 촌장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 훈련을 강화했다. 메달을 향한 뜨거운 집념을 다시 한번 만들고자 하는 취지"라며 "선수들이 정확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면서 바이오리듬을 맞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한 브레이킹 종목의 국가대표 김헌우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종목은 수영과 양궁이다. 두 종목 모두 아시안게임 목표 금메달 수가 6개로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달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국제 경쟁력을 높인 수영이 아시안게임에서도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자유형 1500m 등 최대 4관왕을 노리는 김우민은 "부담감은 전혀 없다. 열심히 훈련하면 기록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자신 있게 레이스하겠다"고 말했다. 통산 네 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양궁 간판 김우진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도 있지 않나.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펜싱 사브르 간판 구본길은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수영), 남현희(펜싱), 류서연(볼링)이 갖고 있는 한국 선수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6개)을 노린다. 펜싱 사브르 개인전 3연패 등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5개의 금메달을 딴 구본길은 이번 대회 개인·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면 새 역사를 쓴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이라 한편으론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실감돼 슬프기도 하다"며 웃어 보인 구본길은 "기록이 걸려 있기 때문에 다른 대회보다 더 집중해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윤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장(OK금융그룹 회장)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기량을 이번 대회를 통해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약속한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은 다음달 12일 선수단 결단식을 가진 뒤 20일 선수단 본진이 중국 항저우에 입성할 계획이다.

[진천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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